美 금리 인하·트럼프 재집권 관측에… 금값 사상 최고
18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金) 선물 가격은 장중 온스(31.1g)당 2480달러 선까지 상승했다. 역대 최고치로, 1년 전보다 26% 뛰었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재집권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가세한 결과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늦어도 9월에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 금은 이자가 없는 자산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금리가 낮을 때 더 인기가 있다. 어차피 금리가 낮으니 금을 보유하는 게 낫다는 생각에 시장 참가자들이 금값 상승에 베팅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피격 후 금값 4% 급등
지난 주말 총격을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성공 관측이 커진 것이 금값을 더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트럼프가 표방하고 있는 고율 관세와 감세 정책이 미국 재정 적자와 지정학적 긴장을 키울 수 있고,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금 같은 안전 자산의 매력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금은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트럼프 정책들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트럼플레이션(Trump와 inflation을 합한 말)’을 헤지하기 위해 금 수요를 늘린다는 것이다.
올해도 마찬가지 현상이 있었다. 중동지역 위기로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이 생겨, 상반기 금값은 꾸준히 상승세였고, 거래량도 많았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금 거래대금은 879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 늘었다. 거래량(8962㎏)은 15% 증가했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수요도 금값을 끌어올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량은 290t으로 2000년 이후 1분기 집계치로는 최고치였다. 중앙은행의 매입 규모는 전체 글로벌 금 수요의 약 23%를 차지했다.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의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금 매수세가 강했다.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트럼프의 재집권은 중앙은행들의 이같은 경향을 강화할 수 있다. 프랑스 은행 나티시스의 분석가 베르나르 다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미국과 중국의 적대적인 관계가 중앙은행들이 달러의 대안을 찾아 금을 사들이는 촉매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의 금본위제 선호도 불씨
트럼프 진영이 향후 ‘금본위제’ 불씨를 되살리려 한다면, 금값을 더 밀어올릴 가능성도 있다. 금본위제는 달러와 금의 가치를 연동하는 제도로, 1971년 폐기된 지 50년 지났다. 그동안 80배가량 늘어난 달러 유동성과 엄청나게 얽혀 버린 글로벌 시장을 감안하면, 달러를 금으로 바꿔 주는 제도가 부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트럼프는 첫 대선전에 나선 2015년 금본위제 옹호 발언을 했다. “금본위제로 돌아가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겁니다. 하지만 얼마나 멋진 일일까요. (금본위제를 채택하면) 돈의 가치에 대한 표준을 갖게 될 수 있을 것이니까요.”(GQ 인터뷰) “우리는 금본위제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매우 매우 견고한 국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WMUR TV 인터뷰)
이전부터 트럼프의 금 사랑은 유명하다. 2011년 그는 자신의 건물 임대 보증금으로 TV 리모컨 크기의 32온스 골드바 3개를 현금 대신 받은 바 있다. 당시 그는 “경제가 나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달러를 보호하지 않아서” 자신이 금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제는 그의 금에 대한 사랑이 주류 경제학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방향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대통령으로 재임하고 있을 때 트럼프는 금본위제 부활을 주장하는 자신의 측근 주디 셸턴을 연준 이사로 지명하려다 공화당 의원들마저 반대하는 바람에 실패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오른팔’로 불렸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지난해 말 팟캐스트에서 트럼프 2기 때 “금본위제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향후 트럼프의 입장에 따라 금에 대한 투기적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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