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유치원 입학 때 이틀 휴가… “아빠도 눈치 안 보고 육아해요”
[아이 낳게 하는 일터]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인재육성팀 김지한(36) 리더의 아내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 2021년 6월 아이를 낳았다. 김 리더는 배우자 출산휴가(10일)에 육아휴직 1개월을 붙여 약 한 달 반 동안 아이를 돌봤다. 롯데백화점은 남성 직원이 자녀 1명당 최소 한 달씩 육아휴직을 의무적으로 쓰게 하고 있다. 남성 직원도 새 가족이 생기면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김씨는 “코로나 기간이라 산후조리원에 들어가지 못해 아내의 걱정이 컸는데, 함께 육아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며 “육아휴직 기간 가족들과 24시간 붙어 지내니 아이와의 관계도 끈끈해졌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017년 ‘남성 의무 육아휴직 제도’를 만들었다. 남성 직원들은 배우자가 출산하면 최소 한 달은 육아휴직을 사용해야 한다. 법적으론 아빠도 육아휴직을 1년간 쓸 수 있지만, 회사마다 눈치가 보여 못 쓰는 경우가 많다. 롯데백화점은 아빠도 눈치 보지 않고 유급 육아휴직을 갈 수 있게 최소 한 달은 의무적으로 쓰게 한 것이다. 업무 등 이유로 부득이하게 아이가 태어난 직후 육아휴직을 가지 못하면 한 달 안에만 시작하면 된다.
각자 상황에 맞게 육아휴직을 나눠서 사용하는 문화도 자리 잡았다. 아울렛 운영지원팀 박종찬(41) 팀장은 2020년 첫아이가 태어났을 때 육아휴직을 한 달만 사용했다. 남은 11개월은 2년 뒤인 2022년 둘째 아이 임신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사용했다. 그는 “둘째가 생겼을 때 처음 팀장을 맡게 돼 남은 육아휴직 쓰는 것이 부담스러웠는데 주변에서 오히려 추천해줬다”며 “아내가 임신한 몸으로 아기 돌보는 걸 힘들어했는데, 육아휴직 덕분에 둘째를 순산한 것 같다”고 했다.
여성 직원은 출산휴가(3개월)가 끝난 뒤에도 자녀 1명당 최대 4년까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법정 유급 육아휴직 기간은 1년인데, 이 회사에선 무급 육아휴직을 3년 더 쓰게 해주는 것이다. 임신하면 출산할 때까지 하루 2시간씩 단축 근무하고 오후 4시에 퇴근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은 ‘임신 준비 과정’도 지원한다. 우선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 직원에게 난임 시술 비용을 1회에 한해 최대 100만원까지 지원한다. 남성 직원도 똑같이 지원한다. 기존엔 5년 이상 다닌 직원만 대상이었는데, 올해부터 3년 이상으로 기준을 완화했다. 여성 직원이 난임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3개월 난임 휴직(무급)’ 제도도 도입했다. 현행법상 난임 휴가(1년에 3일)보다 훨씬 길다.
작년 도입한 ‘예비 아빠 태아 검진 휴가’ 제도도 있다. 남성 직원이 배우자가 태아 검진을 받으러 갈 때 같이 갈 수 있게 한 것이다. 임신 기간 최대 3일 쓸 수 있는데, 유급휴가다. 지난 3월부터는 출산한 적 없는 직원과 배우자에게 산전 검사 비용 20만원도 지원한다. 첫째·둘째·셋째·넷째 아이가 태어났을 땐 각각 100만·100만·200만·300만원의 출산 지원금도 준다.
자녀가 어린이집·유치원에 입학할 때 이틀간 쉬게 해주는 ‘우리 아이 첫걸음 휴가(유급)’도 호응이 좋다. 어린 자녀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부모가 잘 도우라는 취지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인근에 직장 어린이집도 운영 중이다. 직원들은 “회사와 가까워 퇴근 후 바로 데리러 갈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이다.
롯데백화점은 매년 직원들을 면담해 결혼·출산 관련 복지 제도를 손질한다. 이른바 ‘같이 가(家) 프로젝트’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거나 기존 제도를 바꿀 때 자녀가 있는 직원들의 의견을 참고한다”며 “일·가정 양립 문화가 회사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것이 ‘같이 가’ 프로젝트의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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