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脫원전’ 국가 자해를 다시 생각한다

조선일보 2024. 7. 19.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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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이 '24조 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원전 수출로는 사상 최대이자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이룬 쾌거다. 사진은 체코 신규원전 예정부지 두코바니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역대 최대인 24조원 규모의 체코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로 한국 원전 산업의 경쟁력이 다시 한번 세계 시장에서 입증됐다. 체코 총리는 “모든 면에서 한국의 제안이 프랑스보다 좋았다”고 했다. 체코 실정에 맞는 맞춤형 모델을 제시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2009년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수주에 이어 15년 만에 또다시 원전 강대국 프랑스를 제치고 대규모 수주를 따냈다는 점에서 K원전의 뛰어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은 이제 더 설명이 필요 없게 됐다. 유럽에 첫 교두보를 마련한 만큼 향후 네덜란드·폴란드·루마니아 등 유럽에서 재개되는 원전 건설에서도 수주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 원전 산업은 40년간 꾸준히 원전을 건설하면서 시공과 제조를 넘어 설계까지 독보적인 기술력을 쌓았다. 주요 부품 국산화로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우리는 지하자원이 없지만 그보다 훨씬 가치 있는 두뇌 자원이 있다. 그 두뇌 자원이 빛을 발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가 원전이다. 한국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세계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한국 원전 산업이 ‘탈원전’으로 하마터면 붕괴될 뻔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탈원전은 처음부터 끝까지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그는 원전 사고를 다룬 공상 영화를 보고 “많이 울었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이것이 탈원전의 시작이라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 한 달여 만에 탈원전 정책을 발표했는데 국가 백년대계를 바꿀 중대한 선언을 하면서 그 내용을 엉터리로 채웠다. 논리 오류에 앞서 기본적인 수치가 다 틀렸다. 원전과 관련도 없는 비전문가들이 이 정책을 수립했다고 한다. 나중엔 멀쩡한 원전을 없애려고 수치를 조작했다. 그 진짜 책임자인 문 전 대통령은 편히 있는데 당시 실무자들은 수사받고 있다.

나라의 많은 인재들이 수십 년 피땀 흘려 가꾸어온 산업이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임기 5년짜리 대통령 한 명에 의해 무너질 뻔했다. 탈원전이 몇 년만 더 계속됐다면 24조원의 체코 원전 수주도 불가능했다.

세계에 원전 르네상스가 도래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의 필요성이 높아진 데다, 인공지능(AI) 산업의 비약적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한 때문이다. 현재 17국에서 원전 60기가 건설 중이다. 이 추세는 세계적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다. 원전 생태계 복구에 나선 윤석열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삼았다. 그 목표가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탈원전 국가 자해극이 가까스로 끝났다고 안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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