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8석 소수당 된 것도 모자라 아예 쪼개지려 하나
국민의힘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방송 토론회에서 나경원 후보를 향해 “저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를 취소해 달라고 부탁한 적 있죠? 저는 거기에 대해 그럴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나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의 체포 영장 기각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 후보 책임론을 제기하자 “법무 장관은 구체적 사안에 개입할 수 없다”고 대응하며 한 말이다.
패스트트랙 사건은 2019년 민주당의 선거법·공수처법 강행 처리 때 국회에서 벌어진 물리적 충돌로, 나 후보를 포함한 여야 의원이 무더기로 기소된 사건이다. 국민의힘으로선 소수 야당 시절 집권 민주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다. 한 후보의 발언은 이런 전후 과정을 감안하지 않은 말이다. 많은 당 인사는 “분별이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불법 폭로 대회가 됐다”고 했다. 한 후보는 결국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이 일은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자해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전당대회 연설회에서 일부 참석자가 욕설과 야유를 퍼붓다 의자를 던지려는 싸움까지 벌어졌다. 정당의 전당대회에서 벌어질 수 있는 최악 상황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고 있다. 이런 도를 넘는 내분의 근본 원인은 당대표 경선이 윤석열 대통령 대(對) 한 후보 싸움으로 진행되고 있는 점이다. 이러니 여권 전체가 죽기 살기로 맞붙는 싸움으로 비화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 패배로 108석의 최약체 소수 여당으로 전락했다. 대통령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쇄신 리더십을 선출해야 한다. 그런데 후보 간 상호 비난이 위험 수위를 넘더니 지금은 전당대회 이후에 갈등이 봉합될 수 있을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잡음이 커지고 있다. 지금도 아무 일 할 수 없는 약체 정당이 분열까지 한다면 기다리는 건 파국뿐이다. 문제는 이 정당이 국정을 책임진 집권당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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