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돈의문 유령 마을’ 같은 수십 수백억 세금 낭비 전국에 널려
서울시가 박원순 전 시장 시절인 2017년 조성된 ‘돈의문 박물관 마을’을 철거하기로 했다. ‘보존’을 중시했던 박 전 시장의 도시 재생 사업 중 하나였던 이 마을은 옛 골목을 재현한 것이다. 가치 있는 건물이라면 보존할 필요가 있겠지만 마을 건물 대부분이 2017년 당시 신축한 것이다. 그렇다고 과거 모습을 고증해 재현한 것도 아니었다. 이런 곳에 사람이 모일 리가 없다. 들어섰던 공방, 갤러리 등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유령 마을’이 됐다. 결국 서울시가 이 마을을 철거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마을 공사비와 위탁 운영비로 쓴 세금 480억원은 허공으로 날아갔다.
박 전 시장이 세운상가 주변을 보존한다며 1109억원을 들여 만든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도 애물단지가 됐다. 실제 통행량이 예측치의 5~23%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흉물에 가까운 시설에 예정된 결과다. 노후한 서울역 고가차도를 ‘도심 속 공중정원’으로 만들겠다며 사업비 597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서울로7017′도 마찬가지다. 이용자 수가 2017년 개장 직후의 6~7% 수준으로 급감했다. 그런데도 유지·관리비만 매년 14억~37억원이 든다. 서울시는 이 두 곳도 철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보존할 가치가 없는 것들을 보존한다며 거기에 ‘도시 재생’이란 엉뚱한 이름을 붙였지만 애초에 성공할 가능성이 없었다.
‘돈의문 유령마을’과 같은 세금 낭비는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엔 경남도가 16억원을 들여 거제시에 설치했던 거북선이 철거됐다. 국내산이 아닌 외국산 목재를 쓴 불량품으로 드러나 방치되다 결국 철거된 것이다. 철거한 뒤 목재는 화력발전소 땔감으로 보내고 철근은 고물상에 팔았는데 철거 비용만 1800만원이 들었다. 이외에도 수백억원을 들인 테마파크, 모노레일 등이 이용객이 적어 애물단지로 변한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바다가 없는 충북도가 발상의 전환을 하겠다며 230억원을 들여 ‘내륙판 자갈치 시장’을 열었다가 사실상 실패하기도 했다. 그래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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