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카 지고 떠오르는 새 권력…트럼프 장남 '돈 주니어'
[편집자주] 천조국 미국에서 벌어지는 오늘의 뉴스를 전달하겠습니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지난 밤 공화당 JD밴스 부통령 후보가 미국 국민들에게 황금시간대 연설을 하기 전에, 청중은 차세대 킹메이커인 돈 주니어의 연설을 먼저 들었다고 지목했다. JD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아버지에게 강력히 추천한 이가 바로 돈 주니어였다는 사실을 시사한 것이다.
실제로 이번 전당대회에서 아직까지 이방카와 그의 남편인 제러드 큐슈너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돈 주니어는 꾸준히 얼굴을 비추며 아버지를 보호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대 첫날 한쪽 귀에 붕대를 감고 깜짝 등장했을 때 돈 주니어는 뒤에서 눈물을 훔치는 듯 제스처를 취하며 극적인 긴장을 더했다는 후문이다.
돈 주니어는 아버지의 재선 과정에서 먼저 미디어 전략 변화를 꾀하고 있다.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폭스뉴스 등과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낡은 시대와 작별하며 아버지에게 새롭고 진취적인 이미지를 더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부통령 지명 과정에서 머독은 이미 현역에서 은퇴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 여러차례 전화를 걸어 JD밴스 지명을 만류하고 다른 대안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돈 주니어는 39세의 JD밴스를 강하게 지지하면서 머독으로 상징되는 다른 보수적 기득권 인사들에 강하게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돈 주니어는 지난 화요일 뉴스 사이트 악시오스(Axios)가 개최한 행사에 나서서는 이 자리에 나타난 93세의 머독에게 "태양이 졌다"고 일갈했다. 그는 특히 "공화당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머독)에게나 다른 사람들에게 무릎을 꿇어야 했던 때가 있었다"며 "저는 요즘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돈 주니어는 더 나아가 "JD밴스가 아마도 2028년 차차기 대선에서는 48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린 것이다.
돈 주니어는 상원의회의 구세대를 바꾸려 하고 있다. 인디애나주의 짐 뱅크스와 오하이오주의 버니 모레노와 같은 X세대 후보를 홍보하고 있다. 그는 공공연한 장소에서도 훌륭한 상원의원이 4명 정도 있지만 의회의 절반은 멍청이들로 구성돼 있다고 농담반 진담반 지적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부터 돈 주니어는 2026년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에 나설 맷 게이츠를 지지하기 시작했다. 42세의 게이츠는 아직 선거 운동을 시작하지도 않았지만 의회에서는 논란이 많은 의원이다. 지난해엔 소수의 선동가들과 함께 하원 공화당 지도자 케빈 매카시를 권력에서 몰아낸 주인공이다.
게이츠는 FT에 "트럼프 주니어는 우리 당에서 가장 역동적인 세력 중 하나"라며 "그는 가장 인기 있는 대리자 중 한 명이고, 모금 활동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했다.
아버지가 대통령이던 시절 사업에 몰두하던 그가 정치에 열정적이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트럼프그룹의 수석 부사장을 맡은 그는 지난해부터 뉴욕에서 민사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수억 달러의 벌금을 내야 할 아버지를 변호하고 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지 못하고 좌초한다면 그의 사업은 물론 돈 주니어 역시 몰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 그를 정치 전면에 나서게 하는 동력으로 보인다.
돈 주니어는 미국-멕시코 국경을 봉쇄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금을 철회하고, 중국산을 위주로 한 저가 수입품에 엄청난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원하고 있다. 트럼프의 전 선거 캠프 고문인 스티브 코르테스는 "트럼프 주니어는 아버지의 보호자이자 그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이념적 견제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돈 주니어는 2020년 선거가 도난당한 것이라는 아버지의 음모론을 계속 홍보하고 있다. 그는 화요일에도 "아버지가 졌다면 그것은 민주당 야당의 속임수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후원자이자 스위스 주재 미국 대사였던 에드 맥멀런은 "(그의 등장으로) 당이 바뀌었다"며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트럼프 주니어와 함께 낚시 도구에 대해 이야기하고 런던에서 트럼프 캠페인을 위한 기금을 모금하는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돈 주니어가 사실상 아버지를 대신해 중요 인사들과 밀접히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발언이다.
돈 주니어는 지난 화요일에 "2년 전 공화당 예비선거 여론조사에서 제가 2024년 대선 후보로 거론될 가능성이 있었다"며 "하지만 저는 2차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할 의향이 없고, 그저 나쁜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싶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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