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연예인에게 안방 내준 인천공항
인천국제공항은 연간 이용객이 7700만명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관문이다. 용산 대통령실과 같은 ‘가’급 국가중요시설이기도 하다. ‘적에 의해 점령 또는 파괴되거나 기능이 마비될 경우 국가 안보와 국민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되는 시설’(통합방위법). 그 인천공항에서 지난 12일 공권력이 사라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한 연예인의 출국 일정에 동행한 사설 경호업체가 공항 입구를 무단으로 막거나, 출국 심사를 거쳐 진입하는 보안 구역(에어사이드)의 라운지 진입로를 차단하고 민간인 승객들의 여권·탑승권을 검사한 것이다.
하지만 인천공항은 이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건 발생 3일 후인 15일 오전, 인천공항 관계자는 본지에 “제1터미널 게이트 14곳 중 한 곳을 막는 것은 안전을 위해 통상적으로 허가한다”고 했다가 오후에야 현장이 제2터미널임을 확인하고 “업체의 게이트 차단 등을 협의한 바가 전혀 없다”고 했다. 사설 업체가 “공항과 미리 협의한 경호”라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데 대해서도 인천공항은 “경호는 경찰과 협의할 일”이라고 했다. ‘인천국제공항보안’이라는 자회사가 공항 내 일반 경비를 맡는데도 책임을 떠넘기려 했다.
더 황당한 답변도 있었다. “경호원도 탑승권을 가진 승객인데 보안 구역 내부에서 임의로 행동하는 것을 어떻게 막겠느냐.” 2001년 미국 9·11 테러범들도 탑승권을 발권한 승객이었다. 당시 알카에다 테러범 19명은 넷으로 나뉘어 비행기 4대를 납치했다. 2대(AA11·UA175)는 세계무역센터, 1대(AA77)는 미 국방부 청사(펜타곤)에 충돌했다. 백악관 또는 미 국회의사당으로 향하는 것으로 추정되던 UA93 편은 펜실베이니아의 한 광산에 추락했다. ‘어쩌겠느냐’는 식의 인천공항 답변을 들으면서 ‘테러가 나도 모르겠다고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에서 발생한 테러는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의 개막을 불과 1주일 앞두고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에서 사제 폭탄이 터져 일가족 4명과 공항 직원 1명 등 총 5명이 숨지고 3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아프가니스탄의 카불 국제공항에선 2021년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해 사망자가 수백 명 발생했다. 인도 뭄바이, 튀르키예 이스탄불, 벨기에 브뤼셀, 이스라엘 텔아비브 공항 등 세계 각지에서 발생한 테러로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공항은 한순간도 보안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공간이다.
이번 인천공항 사태를 둘러싸고 ‘연예인이 무슨 벼슬이냐’ 같은 1차원적 비판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사적 권력이 결코 침범해선 안 되는 공적 영역의 엄중함을 상기시키는 계기였다. 그 엄중함이 한 나라의 치안과 안정, 번영까지도 좌우한다. 인천공항 측이 보여준 무능·무책임·안일·나태가 고쳐지지 않으면 또 다른 비극이 반복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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