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현의 예술여행] [21] 미래와 과거가 공존하는 장소 DDP
며칠 전 제79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가 전주고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아쉽게도 모교 야구부는 대회 초반 역전패로 탈락하고 말았다. 경기 자체는 재미있었지만, 무미건조한 유튜브 중계로 보면서 인기 없는 고교 야구의 현실을 느꼈다.
지금은 이렇게 인기가 없지만, 프로야구가 출범하기 전 고교 야구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고교 야구가 열리던 동대문야구장 또한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고교 야구와 동대문야구장의 전성기였다.
동대문야구장은 조선 시대 성벽과 군사 훈련장을 허물고 일제강점기 시절인 1925년 처음 지어졌다. 축구 경기가 주로 열린 종합운동장과 함께 광복 이후 1980년대까지 서울의 대표 운동장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하고, 1984년 잠실에 종합운동장이 지어지면서 고교 야구와 동대문야구장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결국 동대문야구장은 2007년 사라지고 말았다. 그해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마지막 고교 야구 대회를 본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야구장이 사라진 아쉬움을 뒤로 한 채, 7년 뒤인 2014년 그 자리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가 들어섰다. 고풍스러운 흥인지문(동대문) 옆에 세워진 은빛의 건축물은 모양부터 미래적이었다. 3차원 비정형 건축물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영화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 같은 느낌이다. 그 대비가 신선했다.
세계적 건축가인 자하 하디드(1950~2016)의 마지막 작품인 DDP는 곧 문화 예술의 거점이 되었다. 미술, 디자인 전시, 패션, 대중문화 행사 등이 끊임없이 열리면서 문화 예술 애호가들과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다. 아예 건물 자체가 미디어 아트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비록 과거의 야구장과는 관계가 없지만, 세계적인 건축가가 설계한 독특한 건축물이 도시 풍경을 예술과 연결하고 새로움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프로젝트라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없애지는 않았다. DDP 뒤편에 야구장 조명탑 두 개가 우뚝 솟아있다. 운동장은 비록 철거했지만, 국내 최초의 조명탑은 남겨둔 것이다. 미래적인 DDP와 육중한 조명탑이 묘하게 중첩된다. 요즘 즐겨 산책하는 동대문 주변 풍경 속에서 야구와 예술, 과거와 미래가 뒤섞인 감상에 빠진다. 아마 이것이 오래된 도시가 만들어내는 색다른 즐거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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