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에 이틀간 600㎜ 물폭탄...56개 지역선 주민 긴급대피
수도권 등 중부지방에 17~18일 이틀간 최고 600㎜가 넘는 장대비가 쏟아졌다. 연이은 폭우에 지반이 약해지면서 곳곳에서 산사태 피해가 잇따랐다. 18일 오전 2시 25분쯤 경기 양주시 백석읍에서 흙더미가 주택 4곳을 덮쳐 주민 2명이 대피했다. 이어 오전 10시 4분쯤 충남 서산시 운산면 수평리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해 주택 일부가 무너졌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서는 오전 8시 24분쯤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경사면의 토사가 흘러내렸다. 이 때문에 봉담 방향 2개 차로가 통제됐다.
산림청은 이날 오전 7시 30분 서울, 인천, 경기, 강원 지역의 산사태 위기 경보 수준을 ‘심각’으로 올렸다. 이어 오후 2시에는 충청과 경북, 전북 지역도 ‘심각’ 단계로 높였다. 산사태 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네 단계로 구분하는데 심각이 가장 위험한 수준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 근처에 사는 주민들은 당분간 계속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침수, 산사태 등으로 집을 떠나 학교나 마을회관 등에 대피한 주민 수도 1000명을 넘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전국 11시·도 56시·군·구에서 825가구 총 1157명이 대피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파주에서는 주택이 물에 잠기면서 95가구 101명이 대피했다. 충북 음성에서는 산사태 경보가 발령돼 30명이 대피했다.
인명 피해도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 46분쯤 경기 안성시 고삼저수지 낚시터에서 낚싯배가 뒤집히면서 2명이 실종됐다. 소방 당국은 거센 비로 수위가 높아진 데다 저수지 물이 흙탕물이 돼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로 53곳이 통제되고 열차도 멈춰서면서 수도권 주민들은 출근길 혼란을 겪었다. 이날 오전 3시 26분부터 경기도와 서울을 연결하는 동부간선도로 양방향 전 구간의 통행이 중단됐다. 이어 서울 내부순환도로와 잠수교도 통제됐다. 경기 고양시 제2자유로 한류월드 IC∼법곳 IC 구간은 전날부터 차량 통행이 금지됐다. 경원선 덕정역~연천역 구간과 경의·중앙선 문산역~도라산역 구간은 첫차부터 운행이 중단됐다.
이틀 연속 지각을 면치 못한 시민들은 발만 동동 굴렸다. 동부간선도로를 타고 경기 수원에서 의정부로 출근하는 박준찬(42)씨는 “도로 상황을 보지 않고 나왔다가 낭패를 봤다. 도로가 꽉 막혀 시간이 평소보다 2배는 더 걸린 것 같다”고 했다.
폭우에 학교들은 등하교 시간을 조정하거나 이날 하루 휴업했다. 경기 파주 파주중·세경고와 의정부 경의초가 학교 문을 닫았고, 경기 용인 성산초 등 12곳이 단축 수업을 했다. 경기 동두천 지역 학교들은 등교 시간을 늦췄다.
서울에서도 비 피해가 많았다. 이날 오전 7시 53분쯤 서울 강동구 길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나무가 차 위로 쓰러졌다. 오전 4시쯤 구로구 궁동에서는 낙뢰로 빌라 3개 동의 전기가 끊겼다.
차량이 빗길에 미끄러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날 오전 3시 40분쯤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강변북로로 빠져나가는 교차로에서 차량 1대가 가로등을 들이받고 전복됐다. 이 사고로 운전자 1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12개 손해보험사에 접수된 침수 피해 차량은 2463대로 집계됐다. 업계는 손해액이 223억5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장마가 이어지면서 차량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일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북한이 사전 통보 없이 임진강 상류 황강댐의 방류량을 늘린 사실이 이날 환경부에 포착됐다. 임진강은 북한에서 경기 파주로 흐르는데 북한 쪽에도 상당히 많은 비가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파주 임진강의 필승교 수위는 이날 오후 6시 30분 현재 3.65m로 상승했다. 북한은 지난 9일에도 사전 통보 없이 황강댐에서 물을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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