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정임수]현대차의 ‘계속 고용’ 실험

정임수 논설위원 2024. 7. 1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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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마무리된 현대자동차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약에는 눈길 끄는 대목이 여럿 있다.

현대차처럼 정년이 지난 근로자를 재고용해 생산 인력으로 활용한다면 노동인구의 급격한 추락은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아직 호봉제가 남아 있는 일본 기업 상당수가 인건비 부담이 큰 정년 연장보다는 현대차 식의 계속고용을 택한 것이다.

현대차의 계속고용 실험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이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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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임수 논설위원
지난주 마무리된 현대자동차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약에는 눈길 끄는 대목이 여럿 있다. 우선 하투(夏鬪)의 상징이던 현대차 임단협이 6년 연속 파업 없이 타결됐다. 1987년 노조 창립 이후 역대 최장 무파업 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반으로 임금 인상도 역대급이다. 노조가 추산한 임금 상승 폭은 성과급을 포함해 1인당 평균 5000만 원에 달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현대차 대졸 신입사원 초봉이 9400만 원을 넘게 됐다는 글이 올라와 MZ세대 직장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신입 월급 받고 62세까지 근무”

중장년층의 이목을 사로잡은 건 정년 퇴직자의 재고용을 확대한 부분이다. 현대차는 만 60세 정년 이후에도 생산직 근로자가 원할 경우 1년 더 계약직으로 일하는 ‘숙련 재고용’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 기간을 2년으로 늘리기로 한 것이다. 연봉은 신입 초봉 수준으로 줄지만 사실상 만 62세로 정년이 연장되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이는 현대차 노조 조합원 절반이 50세가 넘고, 해마다 2000명 이상이 정년퇴직하는 상황에서 노사가 찾은 절충안이다. 회사로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인건비로 숙련 근로자를 활용할 수 있고, 근로자는 퇴직 후 맞닥뜨리는 소득 공백을 피할 수 있어서다.

현대차의 재고용 방식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소할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올해 처음 1000만 명을 돌파해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뒀다. 세계 최악의 합계출산율을 정부 목표대로 1명으로 끌어올려도 2070년이면 생산가능인구가 반 토막 난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현대차처럼 정년이 지난 근로자를 재고용해 생산 인력으로 활용한다면 노동인구의 급격한 추락은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처럼 고령자 고용 방식 선택권 줘야

초고령사회를 먼저 경험한 일본은 고령 근로자 활용을 일찌감치 제도화했다. 일본의 법정 정년은 60세로 한국과 같지만, 일본 근로자들은 원하면 65세까지 맘껏 일할 수 있다. 기업이 65세까지 ‘정년 연장’, ‘정년 폐지’, ‘재고용을 통한 계속고용’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이어 2021년부터는 70세까지 고용하도록 기업에 ‘노력할 의무’를 뒀다. 강제는 아니지만 70세까지 고용할 것을 권고한 셈이다.

이에 따라 상시근로자 21인 이상인 일본 기업의 99%가 65세까지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특히 70% 이상은 세 가지 옵션 중 계속고용을 통해 일할 의지가 있는 고령 인력을 쓰고 있다. 아직 호봉제가 남아 있는 일본 기업 상당수가 인건비 부담이 큰 정년 연장보다는 현대차 식의 계속고용을 택한 것이다. 도요타자동차는 다음 달부터 모든 직종에서 70세까지 재고용을 확대하기로 했는데, 일찌감치 호봉제를 폐지하고 매달 성과를 평가해 월급에 반영하는 임금 체계로 개편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국도 60세 넘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정년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2차 베이비붐 세대 945만 명의 은퇴 쓰나미가 올해부터 몰려드는 상황에서 더 미룰 시간이 없다. 다만 지금의 호봉제를 유지한 채 노동계의 주장대로 무작정 정년을 연장하면 임금 부담이 늘어난 기업들이 청년 채용을 줄여 세대 간 갈등을 키울 우려가 크다. 현재의 이중적 노동구조에서 정년 연장의 혜택이 대기업 정규직에만 쏠릴 수도 있다. 이미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 제조업체는 정년이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현대차의 계속고용 실험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이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이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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