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황형준]진영 간 정쟁 수단 된 탄핵… 법에 구체 요건 명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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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올해 여름 정국은 탄핵으로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이재명 전 대표 관련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를 포함해 검사 4명의 탄핵소추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했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관련 청문회를 추진 중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6일 브리핑에서 "수사나 재판 중인 사건들은 국회법상 청원 대상이 아니다"라며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국가 안보를 위한 대통령 결정 사항인데 탄핵 사유에 넣은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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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올해 여름 정국은 탄핵으로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이재명 전 대표 관련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를 포함해 검사 4명의 탄핵소추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했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관련 청문회를 추진 중이다. 지난달엔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자 김 전 위원장은 7개월 전 이동관 전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자진 사퇴’ 카드를 꺼내 맞섰다.
급기야 민주당은 15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을 겨냥해 민간인인 방심위원장의 신분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바꿔 탄핵할 수 있게 한 법안까지 내놨다. 이 정도면 야당이 ‘탄핵 중독’에 걸렸다는 여당의 야유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야당은 140만여 명이 동의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윤 대통령 탄핵의 근거로 삼고 있다. 청원 내용을 보면 △해병대 박정훈 수사단장에 대한 외압 행사 △대통령 일가의 부정비리 △전쟁 위기 조장 등 5가지가 탄핵 사유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유는 수사와 재판을 통한 사법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거나 언뜻 보기에도 위헌·위법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현 정부의 정책적 사안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6일 브리핑에서 “수사나 재판 중인 사건들은 국회법상 청원 대상이 아니다”라며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국가 안보를 위한 대통령 결정 사항인데 탄핵 사유에 넣은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탄핵은 불소추특권이나 신분 보장 등으로 해임이나 파면되기 어려운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된 구체적인 범죄 행위가 있을 때 실시하는 예외적, 최후의 수단이다. 특히 국민들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한 대통령을 대상으로 할 때는 도저히 대통령을 그 자리에 둘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만 탄핵이 인용될 수 있다. 선거법 위반이 사유가 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국정농단이 사유가 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심판 결과가 달랐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탄핵 사유와 요건에 대한 구체적인 법 규정이 없다 보니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 진영 논리에 따라 정쟁의 수단이 되는 측면도 있다. 헌법 65조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법관 등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만 돼 있다. 법원조직법, 검찰청법 등 하위 법률에도 어떤 행위가 헌법과 법률 위반인지 규정하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 연방헌법(제2조 4항)은 반역죄와 수뢰죄 또는 기타 중대한 범죄와 비행으로 최소한의 탄핵 사유를 적시해 놓았다.
탄핵 제도가 남용되며 소모적인 논란으로 끝나지 않게 하려면 탄핵 사유부터 법에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헌법 개정이 어렵다면 하위법에 구체적인 탄핵 요건을 마련해야 한다. 가령 부정부패나 판사의 재판 거래, 검사의 수사권 남용 등 업의 본질을 흔드는 사유 발생 시를 탄핵 요건으로 명시할 수 있을 것이다. 입법권을 장악한 거대 야당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성긴 법망을 촘촘하게 짜는 데 있지 아무 데나 그물망을 던지는 데 있지 않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가 가장 위력이 세다는 말처럼 탄핵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면 그 위력은 저감될 수밖에 없다.
황형준 정치부 차장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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