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할당’ 반대 시위 격화한 방글라데시, 10여명 사망
방글라데시 정부가 독립유공자 후손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공무원 할당제’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가 거세지면서 18일(현지시간) 10명이 넘게 숨졌다.
18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프로톰알로에 따르면 ‘공무원 할당제’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이 전국 대학에 모여 시위를 이어가면서 경찰과 충돌해 최소 11명이 이날 사망했다. 특히 충돌이 격하게 벌어진 수도 다카 우라타 지역에서만 6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쳤다고 프로톰알로는 전했다. 방글라데시 영자지 데일리 스타는 최소 7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사망자 숫자에 대해서는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논란이 된 공무원 할당제는 공직을 독립전쟁 참가자 자녀에게 30%, 여성과 특수지역 출신에게 각 10%를 배분하는 제도다. 지난달 다카고등법원이 2018년 폐지됐던 이 제도를 부활시키기로 하면서 대학생들의 반대 시위가 시작됐다.
학생들은 소수민족 및 장애인을 위한 6% 할당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학교를 나와도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이는 공정하지 않으며, 실제로는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자신의 지지 세력을 위해 추진하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방글라데시에서 공무원은 안정적이고 급여가 좋은 편이라 인기가 많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방글라데시 대법원이 지난 11일 공무원 할당제 시행을 일시 중단하라고 명령하자 시위는 점점 불이 붙었다. 지난 16일엔 전국적 시위로 6명이 숨지자 정부가 전국 대학에 폐쇄를 요청했다. 시위대는 사망한 이들의 장례식을 치른 뒤 다시 대규모 반대 시위에 나섰다.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을 쏘며 강경 진압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학생들이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거짓 소문이 돌고 있다”며 모바일 인터넷을 차단하기도 했다.
방글라데시 대법원은 다음 달 7일 공무원 할당제에 대한 최종 판결을 한다. 하시나 총리는 전날 TV 연설에서 “모든 사람이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기를 요청한다”며 “우리 학생들이 대법원에서 정의를 얻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들은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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