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韓 동성 부부 피부양자 인정에 "역사적 승리…갈 길 멀어"
AFP "획기적 판결…성소수자 공동체에 중요한 순간"
DW "시위대가 역사적 승리 훼손…차별금지법 계류"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외신이 동성 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고 본 18일 한국 대법원판결을 놓고 '역사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동시에 아직 한국 사회에서 동성 연인을 향한 완전한 법적·사회적 권리 보장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AFP는 "역사적 승리"라면서 "한국 대법원은 이날 동성 연인의 새로운 권리를 인정하면서 국가가 동성 동반자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획기적인 판결을 내려 활동가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법원판결은 한국 성소수자 공동체에 중요한 순간이었다. 무지갯빛 우산을 든 사람은 기쁨의 눈물을 닦으며 법원을 걸어 나갔다"고 묘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 대법원은 동성 연인도 국민건강보험의 피부양자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획기적인 판결을 내다. 인권 운동가는 이 판결이 한국의 동성 결혼 법제화의 길을 열 수 있기를 희망했다"고 조명했다.
NYT는 "한국의 보수적인 기독교인은 오랫동안 동성 결혼 법제화나 성별·연령·성 정체성·신체 능력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을 보호하는 차별금지법 도입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여왔다"면서도 "태도가 변화하고 있다. 설문조사 기관인 한국갤럽에 따르면 세기가 바뀌었을 때만 해도 동성 결혼 법제화에 찬성하는 한국인은 17%에 불과했다. 지난해 5월에는 그 수치가 40%로 증가했다"고 짚었다.
로이터는 "한국 대법원은 이날 동성 동반자도 국민건강보험의 배우자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다른 지역보다 뒤처진 한국의 성소수자 권리를 위한 승리로 환영받고 있다"고 했다.
외신은 한국이 동성 결혼 법제화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점도 꼬집었다.
AFP는 "많은 논의가 있었던 차별금지법은 의원 사이 합의 부족으로 인해 몇 년 동안 한국 국회에서 지지부진했다"고 설명했다.
도이체벨레(DW)는 "(기독교)시위대에 의해 '역사적 승리'가 훼손됐다"라며 "한국에서는 동성 결혼과 시민결합(civil union)이 여전히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차별금지법 법안은 보수 의원의 반발로 인해 몇 년 동안 국회에 계류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대만, 태국, 네팔 만이 동성 결혼을 법으로 명시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알자지라는 "한국은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지만, 동성 연인 관계는 범죄로 규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성소수자 대부분은 눈에 띄지 않고 살아가는 경향이 있다"면서 "많은 논의가 있었던 차별금지법은 의원 사이 합의 부족으로 인해 몇 년 동안 한국 국회에 머물렀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대만과 태국에서는 동성 결혼 법제화 운동이 성공을 거둔 반면 한국은 동성 동반자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아 법적으로 결혼을 원하는 연인은 해외로 이주해야만 한다"고 적었다.
AP는 "한국에서 젠더 문제를 향한 대중의 시각이 최근 몇 년 동안 점차 변화하고 있다"면서도 "비평가는 아시아 국가인 한국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한국은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NYT는 "한국인 수백만 명이 결혼제도를 외면하면서 가족 중심의 지원 체계가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며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측정한 한국의 지지 네트워크의 질은 선진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또 한국은 선진국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라고 문제점을 드러냈다.
대법원은 18일 오후 전원합의체를 열고 소성욱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재판관 다수 의견으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이 소씨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건강보험에서 규정하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이성 부부와 동성 부부가 차이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ddingdo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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