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인사이트]자동화 알고리즘, 직원 창의력에 악영향 안 주려면
인공지능(AI)이 날로 발달하면서 업계 리더들은 업무 일정을 세우는 데서부터 업무 관리, 의사결정을 위한 조언 등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AI의 잠재력에 낙관적 전망을 내놓는다. AI를 활용해 시간을 절약하고 창의적인 일에 집중해 더 큰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AI 도구가 그 믿음대로 활용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필자들은 일련의 실험을 통해 AI 알고리즘 도구가 창의적·혁신적인 업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살펴봤다.
결과는 놀라웠다. 직원의 생산성을 감독하는 알고리즘 도구가 오히려 업무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조직에는 자원이 한정돼 있기에 가장 창의적인 직원과 팀에 혁신을 위한 자원을 집중한다. 연구 결과 AI로 업무 프로세스의 일부를 관리하면 해당 직원 또는 팀의 창의적 잠재력에 대한 리더의 평가가 낮아졌다. AI 도구가 오히려 직원들의 창의력과 혁신 추진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평균 근무 경력이 16.5년인 마케팅 부서 직원 18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시뮬레이션을 했다. 조직은 직원, 감독자, 최고경영진, 이사회의 네 가지 직급으로 구성됐다. 실험 참가자들은 최고경영진 역할에 배정돼 여러 팀을 감독할 것이라는 정보를 받았다.
이후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나눠 한 팀에 대한 서로 다른 정보를 제공했다. 일부 참가자에게는 성과를 추적하고 평가하도록 프로그래밍한 컴퓨터 알고리즘이 해당 팀을 감독한다고 했다. 다른 참가자에겐 인간이 직접 해당 팀을 감독한다고 말했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에게 여러 팀에 대한 평가를 내리도록 했는데 알고리즘이 감독하는 팀원이 사람이 감독하는 팀원보다 덜 창의적이라고 평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는 관리자가 자원을 배분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필자들은 최고 관리자 역할을 맡은 참가자들에게 혁신 프로젝트를 위한 예산을 각 팀에 배분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알고리즘이 관리하는 팀에 더 적은 자원을 할당하겠다고 선택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회사 내 알고리즘 관리 확산이 직원들의 경영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일부 참가자에게는 전체 조직에서 한 팀만 알고리즘 감독을 받는다고 설명했고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모든 팀이 알고리즘의 감독을 받는다고 알렸다. 알고리즘 관리가 일반적인 상황이 되면 창의성이 저해될 것이라는 인식이 사라질 것이라고 가정한 질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알고리즘의 관리를 받는 직원은 덜 창의적인 것으로 간주됐고 혁신에 투입되는 자원도 더 적게 할당됐다.
실험 결과는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준다. 첫째, 조직의 리더는 창의성 영역에서 관리 프로세스를 AI로 자동화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알고리즘 관리를 도입하면 직원의 창의적 잠재력을 낮게 평가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혁신에 필요한 자원을 덜 제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둘째, 알고리즘 관리의 도입 속도를 조정하더라도 역효과를 근본적으로 없애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리더는 도입 속도가 아니라 AI가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알고리즘은 알고리즘이 가장 잘하는 일만 하고 나머지는 사람이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나아가 AI가 인간 노동력보다 우수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기술이기 때문에 활용한다는 점을 구성원에게 인식시켜야 부정적 시각을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때 직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이번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직원들은 알고리즘 관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관리자 역시 이런 직원을 덜 우호적으로 바라본다. 최신 AI 기술은 흥미롭고 조직의 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새로운 기술이 인력과 조직 관행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을 신중히 고려하지 않는다면 도입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한국어판 디지털 아티클 ‘AI로 관리받는 직원이 덜 창의적이다?’를 요약한 것입니다.
셰인 슈바이처 다모르매킴 경영대학원 조교수
데이비드 드 크레머 노스이스턴대 교수
정리=백상경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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