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보다 더 싸다고?…"사서 쟁여두자" 주부들 난리났다

김세린 2024. 7. 18.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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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지고 '창고형 할인점' 뜬다
이커머스 공세에도 '두 자릿수 성장세'
"단위당 가격 저렴한 상품 선호" 소비패턴 변화
사진=한경DB


서울 강남구에 사는 주부 박모 씨(43)는 요즘 대형마트보다 창고형 할인점을 찾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집에서 다소 거리가 있지만 먹거리와 생필품이 비교적 저렴해서다. 박 씨는 “가족들과 집밥 먹는 일이 많아져 대용량 음식을 싹 쓸어와도 금방 해치운다”며 “남은 음식 재료는 소분해 얼려두면 된다. 요즘 물가가 비싸 1000원이라도 저렴한 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마트에 비해 가격이 더 저렴한 대신 대용량 상품 위주인 창고형 할인매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싼 가격에 초점을 맞춰 대량 구매한 물건을 쟁여두고 소비하는 것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다. 외식 물가 상승으로 집밥을 먹는 이들이 늘며 신선식품 인기가 더 높아졌다. 2분기 기준 트레이더스에서 과일(23.8%) 수산(13%) 돈육(12.2%) 채소(10.9%) 매출이 각각 늘었다.

같은 기간 단위당 가격이 저렴한 생필품도 인기를 끌었다. 헬스&뷰티 품목 매출이 12.2% 늘었다. 다양한 카테고리 상품을 들여와 품질은 높이고 가격은 낮추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략이 통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트레이더스 T-카페 전경. 사진=이마트 제공


특히 매장 내 자리한 푸드 코트 ’T카페’는 가성비 외식 ‘핫플(명소)’로 입소문 나면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1% 증가했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더블미트치즈버거세트는 음료를 포함해 3900원에 팔리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의 햄버거 세트 메뉴 가격이 7000원대에서 1만원이 넘는 것과 비교하면 반값 수준이다. 아메리카노도 1000원으로 저가 프랜차이즈 커피보다 싸다.

트레이더스의 자체 브랜드(PB) ‘티 스탠다드’ 매출 성장세도 눈에 띈다. 티 스탠다드는 ‘트레이더스가 만든 상품 선택의 기준’이라는 의미로 2020년 하반기 첫 선을 보였다. 회사는 대단량 운영, 저마진 정책, 대량 매입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티 스탠다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5% 늘었고 같은 기간 10여종의 신상품이 출시되며 품목 수가 120개로 늘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회사는 내년 트레이더스 마곡점을 오픈하는 등 신규 출점을 통한 외형 성장을 이어갈 계획. 2026년까지 최소 2개 이상 점포 출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트레이더스는 2010년 11월 1호점인 구성점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매장을 22개로 늘렸다. 생필품과 더불어 트렌드를 반영한 PB상품 개발도 강화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고객이 트레이더스만의 차별화된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을 찾아올 수 있도록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창고형 할인 매장의 성장세가 뚜렷한 반면 대형마트 매출은 쪼그라들었다. 이마트는 현재 트레이더스보다 6배 많은 133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 5월 매출은 1조1849억원으로 1년 전보다 3.1% 감소했다. 이커머스 공세에 대형마트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데 비해 같은 오프라인 매장인 창고형 할인 매장은 두 자릿수 성장을 할 만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물가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면서 창고형 할인 매장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이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유로모니터는 2019년 6조8644억원 수준이었던 한국의 창고형 할인점 시장 규모가 올해 처음 9조원을 넘길 것(9조914억원)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에 생활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한 번에 많은 양을 구매해놓고 쓰는 소비 패턴’이 최근 확산하며 창고형 할인점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며 “창고형 할인점은 일상 필수 상품들을 저렴하게 대단위로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온라인몰 공세에도 불구하고 매년 높은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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