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여권 나온 날 쿠바 떠나…탈북 고위급 외교관 더 있다”
[앵커]
북한 내부의 착취와 불평등을 자식들에게까지 물려줄 수는 없었다.
지난해 11월 탈북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리일규 참사가 KBS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북한 체제를 버린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탈북한 고위급 외교관들이 더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유호윤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차석 위치였던 리일규 전 참사, 몇달을 고민하다 지난해 11월 가족들과 탈북을 결행했습니다.
코로나 19로 발급이 지연되던 새 여권을 받아든 당일이었습니다.
[리일규/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 "(쿠바) 현지에서 뜬 게 (새벽) 4시에 떴거든요. 제 아내와 자식한테 말한 건 그 전날 (밤) 10시에 얘기했거든요. 아내한테도 얘기를 안 하고 혼자 추진을 했고…."]
김정은 표창장도 받은 엘리트 외교관이었지만, 자식을 위해 결단을 내렸습니다.
[리일규/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 "(북한 사회의) 노동에 대한 착취, 불공평한 평가 이게 가장 기본적인 이유였고요. 내가 늙어 죽을 때까지 크게 힘들지 않게 살 수 있다는 전망은 있었어요. 그러나 내 자식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지난해 8월 북한의 국경 개방과 함께 장기 체류자 소환이 시작되자 탈북이 급증했고, 특히 자신 외에도 고위급 외교관들이 더 있다고 전했습니다.
[리일규/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 "(본국 소환에) 불안해했고 흔들렸고 이젠 결정할 때가 됐다고 해서 가시는 분들도 나름 꽤 많았습니다. 분명히 그런 급(고위급)의 분들이 나오신 분들이 있습니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국내 입국한 엘리트 계층 탈북이 2017년 이후 최대 규모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을 대면했던 경험도 털어놨는데, 과체중과 만성질환 등 소문이 무성했던 김정은의 건강 상태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어서 주목됩니다.
[리일규/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 "(김정은이) 연회장 같은 데서는 술을 한 모금도 안 마시거든요. 근데 얼굴이 너무 새빨갛고. 앉아서 접촉한 기회가 좀 있는데 그때도 상당히 숨이 가빠요. 항상 이렇게 말하면서 이게 숨소리가 막 들려…."]
리 전 참사는 북에 있는 동료들이 자신을 보고 용기 있는 선택을 하길 바라는 마음에 인터뷰를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리일규/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 "저 같은 용단을 내렸으면 했고, 그 속에서 자기 살길을 찾지 말고 용기 있는 행동을 하시라."]
KBS 뉴스 유호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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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윤 기자 (liv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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