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권 영등포구청장 “쪽방촌 공공주택, 주민 재정착 목표”
782가구 중 370가구 배정
“철도 지하화의 틀 만들 것”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422-63번지 일대는 소위 ‘영등포 쪽방촌’으로 불린다. 영등포역 고가가 지나는 도심 한복판에 판자 몇개를 이어붙인 듯한 허름한 쪽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지난 4일 쪽방촌에서 만난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2022년 취임 후 수시로 이곳을 찾았다. 이날도 골목에 앉아 있는 주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최 구청장은 “2020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영등포구가 임대아파트, 민간 상업·주거 시설이 포함된 공공주택 추진계획을 발표했지만 사업이 지지부진했다”며 “관계기관에 여러 번 찾아가 협의했고 지난해 12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영등포구가 기본협약을 체결했다”고 했다.
현재 내년 착공을 목표로 보상 절차를 진행 중이다. 고가 아래 조립식 임시 거주시설을 만들어 주민을 이주시킨 후 해당 구역을 철거하고 건설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782가구로 계획된 공공주택 가운데 쪽방촌 주민을 위한 임대주택은 370가구까지 배정한다. 방 크기는 16.5㎡ 정도로 월세는 3만5000원 수준이 될 예정이다. 최 구청장은 “사업의 목표는 원주민들을 내쫓는 것이 아니라 ‘재정착’”이라며 “임시주택도 현재 쪽방보다 환경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장마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이날 쪽방촌에는 3분마다 인공 안개를 분사하는 냉방장치인 쿨링포그가 돌아가고 있었다.
최 구청장은 지난 2년간 “밤낮없이 긴장 상태였고 폭염과 한파 때가 가장 신경이 쓰였다”며 “구청장은 최일선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정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행시 합격 후 영등포에서 공직에 입문한 뒤 서울시 등을 거치며 행정을 해온 최 구청장은 “서울시의 정책이기도 한 ‘약자와의 동행’은 후보 시절부터 사무실에 적어놓고 하던 말”이라고 말했다.
남은 임기 동안 도시 정비를 통해 영등포의 변화를 이뤄낼 계획이다. 경부선 대방역~신도림역 3.4㎞ 구간에 대한 지하화 틀을 만들어야 하고, 문래동 기계금속단지 일대는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 인근 지역으로 통이전을 준비 중이다. 2026년 신안산선, 2030년 GTX-B 노선의 신도림·여의도역 정차 등 교통망 확충도 눈앞에 뒀다.
최 구청장은 “철도 지하화는 120년간 단절된 영등포가 하나로 합쳐져 개발될 최고의 기회”라고 말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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