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중 하얼빈 정율성 행사 불참” 이력 논란 이후 ‘20년 문화교류’ 끊겨
정율성에 대한 이념 논쟁 중심에 선 광주광역시가 8월 중국 하얼빈에서 열리는 정율성(1914~1976년) 탄생 11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중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율성의 이력 논란과 이를 둘러싼 정부·여당의 압박이 부담으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주광주중국총영사관은 ‘오는 8월7일 하얼빈에서 열리는 정율성 탄생 110주년 기념행사’ 관련 공문을 지난주쯤 광주시와 산하기관인 광주문화재단, 남구 등에 보냈다. ‘정율성의 업적을 기리고 한·중 도시 간 우호적 협력을 다질 수 있도록 기념행사에 참석해 달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광주시 등은 모두 이번 기념행사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최근 중국 측에 전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강기정 시장의 경우 예정된 외부 일정이 있다”라며 “정율성과 관련한 사업비가 없는 상태에서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정율성을 매개로 하얼빈과 광저우, 베이징 등 여러 도시와 교류 활동을 이어왔다. 110주년 행사가 열리는 하얼빈은 정율성이 잠시 머물다 간 곳이지만 중국을 대표하는 ‘음악 도시’로서 그의 음악성과 삶을 기리고 있고 전시관도 따로 마련돼 있다.
중국이 정율성 탄생과 관련 기념행사에 광주시 등을 초청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정율성 탄생 100주년인 2014년 중국은 광주시에 처음 초청장을 보냈다. 정율성기념사업회 관계자는 “당시 윤장현 광주시장과 남구청 공무원, 합창단 단원 등 100명이 다녀왔다”고 밝혔다.
광주시가 기념행사에 불참하기로 결정한 것은 정율성의 행적을 둘러싼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가보훈부와 국민의힘은 광주에서 진행하고 있는 정율성 관련 기념사업에 대해 ‘‘공산당 나팔수’인 정율성을 기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보훈단체 회원들을 중심으로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계속됐다. 광주시와 남구는 올해 들어 정율성과 관련한 대부분 사업을 축소·수정했다.
정율성을 고리로 했던 도시 교류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한·중 지자체 간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원구 전 한중문화교류협회장은 “광주와 중국 도시가 20여년간 다져온 문화교류가 일순간 끊어지는 게 맞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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