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명으로 출산’ 허용…양육 지원 없인 ‘한계’
‘출생통보제’도 시행…병원은 산후 14일 이내 신고해야
정부가 19일부터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의 출생 사실이 지방자치단체로 등록되는 출생통보제를 시행한다. 가명으로 출산을 가능하게 하는 보호출산제를 도입하고, 위기임산부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위기임산부 지원 규모가 부족해 직접 양육보다는 보호출산제를 통한 입양 등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 사실과 정보를 출생 후 14일 안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통보하고, 심평원은 이를 지자체에 통보하는 제도다. 출생 후 1개월 내에 신고 의무자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지자체는 출생신고 의무자에게 7일 안에 출생신고를 하도록 통지한다. 다만 국내 거주 외국인이 낳은 아동의 출생 통보 의무가 없는 점은 한계로 남아있다.
출생통보제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이 학대를 당하거나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도입됐다.
함께 도입되는 보호출산제는 출생통보제의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다. 보호출산제는 경제적 이유 등으로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위기임산부가 가명으로 의료기관에서 산전 검진과 출산을 하고 출생통보까지 마칠 수 있도록 한다. 임신·출산 사실을 외부에 알리거나 기록에 남기는 것을 꺼리는 위기임산부가 출생통보제를 회피하기 위해 아동 유기를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했다.
보호출산으로 아이를 낳은 위기임산부는 최소 7일 이상 숙려기간을 거친 뒤 직접 양육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다만 입법 과정에서부터 보호출산제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주로 위기임산부가 경제적인 어려움 탓에 양육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부 지원이 현실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현재 정부는 기준 중위소득 63% 이하 한부모 가구에 자녀당 월 21만원의 양육비를, 65% 이하 청소년 한부모 가구에 월 35만원을 지원한다. 앞으로 보호출산을 신청한 위기임산부는 선불카드로 출산지원금(100만원), 숙려기간 지원금(140만원)을 받지만 사용기간은 출산 후 6~12개월 이내로 한정된다. 위기임신보호출산법 3조에는 ‘직접 자녀인 아동을 양육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지원을 우선으로 한다’는 규정이 담겼지만 선언적 문구에 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담기관을 통해 연계된 위기임산부는 소득과 무관하게 모든 한부모 가족시설(121곳)에 입소할 수 있도록 소득 기준이 폐지된다. 시설에서는 안전한 출산 지원, 입소자 상담·치료·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경제적 어려움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위기임산부는 양육을 포기할 우려가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정부가 보호출산제를 ‘최후의 수단’이라고 밝힌 점과도 배치된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현재 지원제도를 보면 정부가 보호출산제를 찾은 위기임산부를 빈손으로 설득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아동의 위기는 아동만의 위기가 아니라 경제사회적으로 취약한 부모의 위기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했다.
정부는 위기임산부에 대한 상담 지원, 한부모가족복지시설 입소 지원 자격 완화 등을 추진하고 매입임대주택 제공, 각종 공과금 할인 등의 지원도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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