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청탁 폭로’ 역풍에…한동훈 “말하고 ‘아차’했다” 공개 사과

조미덥·유설희·문광호 기자 2024. 7. 18.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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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 의원들 “아픔 후벼파”…광역단체장까지 비판 가세
‘반한’ 결집 노린 제2연판장 분석…사법리스크 ‘불씨’도
난감하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8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 간담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패스트트랙 투쟁 폄훼 한동훈 후보 당대표 자격 없다’고 적은 손팻말을 든 이희원 서울시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한동훈 후보가 나경원 후보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 청탁’을 폭로한 후폭풍이 거세다. 18일 나경원·원희룡 후보는 물론 친윤석열(친윤)계 의원들과 광역단체장들이 “당의 아픔을 후벼 팠다”고 한 후보를 비판했다. 전당대회 막판 ‘반한동훈’ 결집을 노린 ‘제2의 연판장 사태’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 후보가 “신중하지 못했다”고 사과했지만 여진은 계속됐다. 당 분열과 야당발 사법 리스크로 이어질 불씨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한 후보가 전날 나 후보를 향해 “(제가 법무부 장관일 때)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를 부탁한 적 있지 않나”라고 말한 것에 대한 비판으로 어수선했다. 나 후보는 “해야 될 말과 하지 말아야 될 말에 분별이 없는 것 같다”고 했고, 원 후보는 “피아 구분을 못하고 동지 의식이 전혀 없다”고 했다.

2019년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나 후보와 함께 기소된 친윤계 의원들이 기다렸다는 듯 나섰다. 당 의원들이 모인 텔레그램 대화방에 윤한홍 의원이 “대표가 되겠다고 한 분이 맞나”라고 한 뒤 20여명이 한 후보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김정재 의원은 “저도 5년째 재판받는 피고인”이라며 “처절히 투쟁한 죄밖에 없다”고 적었다.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도 “나도 27번 피고인이다. 분노와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이번 당대표 선거 레이스에서 이렇게 많은 의원이 의견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윤 의원은 통화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패스트트랙으로 날치기할 때 그걸 막기 위해 우리가 함께 투쟁한 것”이라며 “공감해줘도 모자랄 판에 청탁이 들어온 것처럼 하다니”라고 분노했다. 권성동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건 청탁이 아니다”라며 “당의 아픔을 후벼 파서야 되겠나”라고 했다.

광역단체장들도 가세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SNS에 “한 후보의 폭로의 경망스러움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보수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이 (있는지) 의심이 든다”고 썼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재판을 받고 있는 30여명에게 큰 상처를 준 한 후보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사태가 커지자 한 후보는 SNS를 통해 “‘왜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대표를 구속 못했느냐’는 반복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 예시로 나온,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말이었다”며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나도 말하고 ‘아차’ 했다. 괜히 했다고 생각했다”고 실수임을 강조했다.

당에선 한 후보가 반한동훈 세력에 결집할 빌미를 제공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양수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많은 의원이 재판받고 있는 사건인데 감정선을 건드렸다. 전략상 실점”이라고 말했다.

친윤계와 단체장이 일제히 나선 것을 두고는 ‘제2의 연판장’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친윤 쪽에서 전화를 돌렸을 거다”라며 “한 후보가 2~3%포인트 대미지를 먹는다 해도 결과가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당대회가 끝나도 사건 여파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형식상 중립을 지키던 친윤계 현역 의원들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막판에 대거 반한동훈으로 뭉치면서 한 후보가 대표가 된다 해도 친윤계를 끌어안기는 더욱 힘들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폭로전의 결과로 따라올 사법 리스크도 부담이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후보 여론조성팀 의혹과 나 후보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청탁 폭로를 거론하며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한동훈 특검’의 수사 대상에도 부정 청탁 의혹을 포함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조미덥·유설희·문광호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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