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수요 70% 수도권 쏠려…정책 중심, 공급 증대보다 수요 관리로 전환해야
공급 많은 곳 상시 출력 제어 우려
정부, 센터 집중 완화 대책 마련 중
‘전기 먹는 하마.’ 에너지업계에서 데이터센터를 일컫는 별칭이다. 데이터센터 하나당 계약 전력은 적게는 40㎿(메가와트), 많게는 100㎿에 달한다. 일반 가정 1만3000~3만3000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계약 전력은 전력 사용자가 한국전력공사에 신청하는 용량으로, 보유한 전기설비의 최대 용량을 모두 합한 것을 말한다. 초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일반 데이터센터가 ‘하마’라면 AI 데이터센터는 ‘공룡’인 셈이다.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전력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데이터센터의 분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3월 발표한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완화 방안’ 자료를 보면, 2022년 말 기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7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설립 신청을 고려하면 이 비율은 2029년 80%대로 확대돼 수도권 지역 신규 데이터센터 601곳 중 40곳(6.7%)만 적기에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고 산업부는 밝혔다.
데이터센터가 유발하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의 전력 수급 비대칭은 전력 계통에 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송·배전망 등 전력 계통은 현재도 포화 상태다. 안전성 우려 등으로 사실상 송전망 등 보급 확대가 쉽지 않은 가운데, 지역은 신규 발전원이 늘고 수도권은 1극 체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은 호남과 영동 지역은 계통 포화 문제가 심각하다. 한전은 오는 9월부터 호남 지역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 허가를 중단하기로 했다. 호남의 경우 총 발전력은 26GW(기가와트)지만 전력 수요는 최대 9GW라 상시 출력 제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산업부는 지난달 14일 시행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해결책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계통영향평가를 통해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신설을 제한하고, 지역별 한계 요금제와 직접전력구매(PPA) 등을 활용해 저렴한 전기요금으로 지역에 건설할 유인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업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데이터센터를 소유한 사업자 중 전산실 면적을 임대하는 사업자도 있는데, 접근성이 떨어지면 사업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인력 조달도 쉽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에너지 관련 전문가들은 공급 증대에 맞춰진 전력 정책을 수요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데이터센터 전력 효율을 높이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도 안정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조달책 등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의견을 종합해 올해 안으로 데이터센터 관련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 3월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완화 방안’ 발표 이후 여러 차례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들었다”며 “보다 강화된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관계부처가 의견을 같이하고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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