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환경·전력·AI 아우르는 ‘큰 그림 정책’ 세워라
AI 발전에 데이터 소비량 폭증
연간 전력 사용량 국가와 맞먹어
탄소중립 위협하는 ‘최대 복병’
‘친환경 산업 발전’ 해법 찾아야
오늘도 누군가는 모바일 메신저로 수다를 떨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들여다본다. 일터에선 e메일로 업무를 처리하는가 하면 동영상 콘텐츠를 보며 휴식한다. 택시를 부르거나 반찬거리를 사는 일도 스마트폰 안에서 이뤄진다. 인공지능(AI)이 질문에 자연스럽게 답해주는 것을 넘어 그럴듯한 이미지나 영상까지 만들어주는 세상이다.
이 같은 서비스는 모두 데이터를 주고받기에 가능한 일이다. 손에 잡히지 않는 데이터도 물리적 공간을 필요로 한다. 바로 데이터센터다. 서버와 스토리지(저장장치), 네트워크 등 정보기술(IT) 서비스에 필요한 장비를 한데 모은 집합체다.
데이터센터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관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AI 시대 심장’이라고 불린다. 동시에 ‘전기 먹는 하마’라는 오명도 따라붙는다. 데이터센터는 지구와의 ‘건강한 공존’을 평생 과제로 안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서버실에 가면 캐비닛처럼 생긴 철제 구조물에 직사각형 모양의 서버가 층층이 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데이터센터의 별명이 ‘서버 호텔’인 이유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어를 입력하면 수많은 서버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아 적절한 결과를 사용자에게 내준다.
데이터센터의 역사는 기업이 사내에 개별적으로 갖춘 전산실에서 시작한다. 데이터센터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시대를 거치면서다. 규모가 작은 벤처기업들은 자체 전산실을 두기 어려웠다. 벤처기업 수가 폭발적으로 늘자 데이터 저장 공간을 빌려주는 데이터센터 사업이 태동했다. 점점 처리해야 할 데이터 양이 늘면서 더 큰 공간이 필요해지고, 데이터센터 운영도 전문화되면서 지금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도 하고 외부 데이터센터를 빌려쓰기도 한다. 특히 많은 기업과 기관이 인터넷 속 가상공간에 서버를 두는 클라우드를 본격 활용하면서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업체의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었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관계자는 “기술 발달에 따라 콘텐츠에 소비하는 데이터의 양 자체가 바뀌고 있고, 컴퓨터 사용층도 노년층까지 확대됐다”며 “데이터 양이 폭증해 데이터센터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AI 서비스를 위해 학습시키는 데이터 양이 워낙 많고, AI에 최적화된 시설이 필요해지면서 데이터센터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24시간 365일 중단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안정성이 최우선이다. 장비들이 뿜어내는 열을 식혀 일정한 온도·습도를 유지하기 위한 냉방 설비와 보안 시스템, 정전에 대비한 비상 발전설비를 갖추고 있다. 데이터센터연합회 관계자는 “소규모 전산실 100개를 두는 것보다 그만큼의 용량을 데이터센터로 만드는 게 에너지 사용 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라며 “미국 등 해외에선 비효율 시설을 효율화된 데이터센터로 통폐합하는 움직임도 있다”고 전했다.
과거 방식과 비교해 효율성을 대폭 높인 공간이지만 규모가 커진 만큼 전력 소비량도 많다. 컴퓨팅 장비의 전력 소비 못지않게 냉각에도 많은 전력을 쓴다. 데이터센터에서 서버와 냉각 시스템은 각각 전체 전력 소비량의 40%씩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I 활용에 따라 데이터센터 소비전력이 증가할수록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화석연료 사용도 늘어나고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하게 된다.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수로 쓰는 물 사용량도 상당하다.
미국 전력연구소에 따르면 구글 검색은 건당 평균 0.3Wh(와트시)의 전력을 소모하는 반면 대표적인 생성형 AI 챗봇 챗GPT는 구글 검색의 약 10배인 2.9Wh를 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소비량이 2022년 약 460TWh(테라와트시)에서 2026년 최대 1050TWh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의 연간 전력 소비량에 맞먹는다. 2027년 세계 데이터센터 물 소비량이 영국의 한 해 물 소비량의 절반에 해당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처럼 환경 문제와 전력 설비 부족, 인허가 문제, 지역 주민 반발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데이터센터를 새로 짓기도 쉽지 않다. 국내에서도 여러 이해관계가 맞물려 데이터센터가 기피시설 취급을 받기도 한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글로벌 기술기업들은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부지가 넓고 전기·물 이용료가 값싼 데다 국가 차원에서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데이터센터는 IT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핵심으로 떠올랐다. 네이버·카카오를 비롯해 자체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국내외 기업들은 고효율 냉각 시스템 적용 등을 강조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차가운 바닷속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실험도 했다.
구글도, 아마존도, 마이크로소프트도 AI를 탄소중립 목표를 위협하는 변수로 꼽는다. 거대 기술기업은 10만대 이상의 서버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운영과 신규 구축을 주도한다. 이들이 내건 탄소중립 달성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4년 전보다 48% 증가한 구글은 “2030년까지 넷제로 달성은 매우 도전적인 목표이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선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소중립과 더불어 AI 시장 발전을 위해서도 친환경 데이터센터는 중요하다. 김두현 건국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전력이 부족하면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기본 요금이 상승해 최종 소비자의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AI에 대한 투자 감소로 이어져 발전이 더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AI 개발만 잘하면 될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며 “정책 차원에서 환경·전력, AI, 데이터센터를 한꺼번에 고려한 큰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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