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문책하려면 전 정권을”…박지원 “도움 안 되는 하지하책”
미 공소장엔 2013년부터 활동
박근혜 정부·현 정부도 겹쳐
박 의원 “갈라치기 하지 말라”
대통령실은 미국 검찰이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을 기소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국가정보원 활동상에 대해 18일 “문재인 정권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감찰·문책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국정원이나 외교부 등 관계 부처가 인정하지 않았던 국정원 활동에 대해 대통령실이 사실상 공식 인정한 셈이다. 대통령실이 정보기관 활동에 따른 논란을 ‘전 정부 탓’으로 돌리면서 안보를 정파적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 요원이 노출된 부분에 대해 정부 차원의 감찰이나 문책이 진행 중인가’라는 질문에 “감찰이나 문책을 하면 아무래도 문재인 정권을 감찰하거나 문책해야 할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어 “(국정원 요원이) 사진에 찍히고 한 게 다 문재인 정권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정권을 잡고 국정원에서 전문적인 외부 활동을 할 수 있는 요원들을 다 쳐내고, 아마추어 같은 사람들로 채우니까 그런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감찰과 문책을 언급한 것은 테리 연구원을 대상으로 한 국정원 활동을 인정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앞서 외교부는 “외국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고, 국정원도 “한·미 정보당국이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대통령실이 감찰과 문책을 언급하면서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린 것은 부적절한 대응이란 지적도 나온다. 국제관계 전문가는 “국정원이 정보원을 관리하는 건 통상적 활동이기 때문에 어떤 감찰을 한다는 것인지 잘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게다가 미국 검찰은 테리 연구원이 2013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활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 윤석열 정부와도 활동 시기가 겹친다. 실제 윤석열 정부에서 국정원 요원들이 테리 연구원과 후원금 지원 등을 논의했다는 내용이 공소장에 있다.
또 테리 연구원은 외교부 요청을 받고 윤석열 정부에 긍정적인 칼럼을 언론에 게재한 것으로도 공소장에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테리 연구원은 지난해 3월7일 “한국이 일본과 화해를 위해 용감한 발걸음을 내딛는다”는 제목으로 워싱턴포스트에 칼럼을 게재했고, 지난해 4월27일에는 “한·미 정상회담, 한층 탄탄해진 ‘동맹 70년’의 앞길”이란 제목의 칼럼을 한 국내 언론에 기고했다. 공소장에는 4월27일분 기고를 앞두고 같은 달 10일 외교부 직원이 윤 대통령의 방미와 관련된 기사를 요청하며 ‘500달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고, 테리 연구원도 동의했다고 적혀 있다.
문재인 정부 국정원장을 지낸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 검찰의 기소 내용에 대해 우리가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며 “대통령실이 나서서 ‘문재인 국정원 감찰 문책’ 운운하면서 문제를 키우는 것은 국익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하지하책”이라고 썼다. 박 의원은 또 “국정원을 갈라치기해 정보역량을 훼손하면 안 된다”며 “미국은 자국의 보안을 이렇게 철저하게 지키는데 우리는 대통령실을 도청당하고도 동맹이니까 문제가 없다고 퉁치고 넘어갔던 것도 이번 일을 계기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순봉·정희완·유새슬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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