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토막 리뷰] 슬픈 거짓말 뒤 숨은 진실 파헤치기
게임 유저라고 하면 항상 고민하게 되는 것이 바로 과연 이 게임이 재미있는 것일까 일 것입니다. 물론 이것저것 다 깔아놓고 소위 '찍먹' 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그러기엔 시간도 아깝고, 부담도 큽니다. 이에 마니아타임즈에서 대신 게임을 깔아보고, 실제로 어떤지 간접 체험해 드립니다. 이번 게임은 1인 개발자 SOMI의 추리게임 '미제사건은 끝내야 하니까' 입니다. [편집자 주]
일단 기자가 이 게임을 리뷰 대상으로 선택한 이유는 기자 개인의 취향이 반영돼 있음을 솔직히 토로하는 바이다. 사실 그래픽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 1인 개발 인디 게임인데다, 상당히 머리를 써야 하는 추리 장르의 게임이다 보니 선뜻 손이 가기 어려운 게임이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무조건 추천하기 어려운 면이 없지 않다.
게다가 올해 1월 출시된, 아주 최신 게임도 아니다. 이런 게임을 뒤늦게 추천하는 이유는 겉으로 보이는 포장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아 그냥 넘기기에는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기자가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게임이다. 실제로 스팀에서 3641개 평가 중 97%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 '압도적으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유저들의 평가도 좋고,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5월에는 국제 게임 페스티벌 'A MAZE.'에서 최고상(가장 놀라운 상)을 받았으며, 일본에서는 싱어송라이터 겸 배우인 호시노 겐이 호평을 남기면서 소소한 화재를 일으키기도 했다.
가격도 7800원 정도여서 책 한권을 읽는 느낌으로 접근한다면 충분히 그 값어치를 한다고 볼 수 있겠다.
게임의 시작은 한 할머니의 독백으로부터 시작한다. 퇴직 경찰인 전경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화자는 한 젊은 경찰관과 대화를 하게 되는데, 과거의 미제사건에 대해 따올리며 과거를 재구성하며 진실을 찾아가는 것이 게임의 주된 내용이다.
다만 이 게임을 처음 접하면 다소 난감한 부분이 있는데, 게임의 방식 자체가 단순한 편이면서도 처음에 진행 방식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있어 진행방법에 대해 오해를 한 상태에서 진행하다 막히기 쉽다는 것이다. UI(유저 인터페이스)가 불친절하다는 점도 난간함을 더한다.
일단 이 게임을 하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해 간단하게 설명을 하자면 우선 게임을 시작하고 나면 '#키워드'를 눌러 텍스트와 텍스트를 연결하는 것부터 시작을 하게 된다. 그렇게 진행을 하다 보면 어느 정도 문장과 문장의 연결이 보이기 시작한다. 다음으로 '@인물'을 하나하나 클릭해 인물을 추가해 나간다.
그 다음에 장벽이 되는 것이 노란색 박스와 숫자를 채워 넣는 보라색 박스인데, 노란색 박스는 각 문장의 올바른 순서를 맞추다 보면 열쇠가 주어지기 때문에 이 열쇠로 열 수 있다, 그리고 숫자는 진행하다 보면 얻을 수 있는 정보로 충분히 채워 넣을 수 있다.
바로 여기서 게임의 진행이 어려워지기 시작하면서, 진정한 게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열리는데, 바로 어느 등장인물이 어떤 대사를 했는지, 그리고 그 대사의 순서는 어떻게 되는지를 맞춰야 한다.
대사의 순서를 6개 제대로 맞출 때마다 열쇠가 생기고, 이걸로 노란색 박스를 열 수 있으며, 여기서 정보를 얻다보면 게임은 자연스럽게 엔딩으로 갈 수 있다. 분홍색 박스는 진술 중 의심스러운 부분과 연결하면 열린다.
딱 하나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서원이가 죽은 날짜 정도인데, 태어난 날을 포함하지 않고 계산하면 비교적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각 인물 별로 맞는 순서대로 대화를 나열하면 진술의 시간이 추가로 표기되므로 제대로 나열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 이게 잘 맞는 답인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
진술들을 인물과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다 보면 서술형 트릭과 등장인물들의 거짓말 뒤에 숨겨진 진실을 알 수 있게 되는 구조다.
엔딩은 두개인데, 첫 번째를 먼저 선택하기를 권한다. 엔딩을 본 후 이어하기를 선택하면 다시 엔딩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데, 첫 번째 엔딩을 보고 두 번째 엔딩을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엔딩을 보고 나면 상당히 먹먹한 기분이 든다. 단순 신파로 보기엔 등장인물들이 가진 서사가 짧게 언급되더라도 가볍지 않고, 실제 주변에 있을 법한 사연들로 이뤄져 있어서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억지로 공감을 요구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개발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좀 더 좋은 그래픽에 성우 더빙 등이 있었으면, 더 뛰어난 UI가 제공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랬다면 이처럼 개발자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온전히 게임 내에 녹여 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최근 게임에서 스토리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만큼 원초적이고, 도파민 분출을 자극하는 게임들이 주류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런 게임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전설적인 개발자 존 카멕의 "게임의 스토리는 포르노의 그것과 같다. 있어야 하긴 하지만,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Story in a game is like story in a porn movie. It's expected to be there, but its not that important)는 말대로 게임 장르에 따라서는 잔잔한 즐거움 보다는 강렬한 플레이 경험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잔잔한 이야기와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오히려 게이머들에겐 행복한 경험을 안겨줄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기자는 조금 출시일이 지났어도, 화려한 그래픽이나 풀더빙 등의 요소는 없어도 '미제사건은 끝내야 하니까' 게임을 추천하는 바이다.
[이동근 마니아타임즈 기자/edgeblu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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