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정치 전반에 넘쳐나는 ‘영원주의’…배후가 있다[책과 삶]
포에버리즘
그래프턴 태너 지음|김괜저 옮김
워크룸프레스|104쪽|1만6000원
뉴진스는 노스탤지어 정서에 강력히 호소한다. 1990년대 아이돌 문화의 미감을 현대적 코드로 재현하며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를 모두 사로잡았다. 지난달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뉴진스의 공연은 노스탤지어의 폭발과도 같았다. 멤버 하니가 일본 버블경제를 상징하는 1980년대 최고 인기곡인 마쓰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를 불러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일본 언론은 ‘3분으로 40년 전 일본을 소환’이라고 했다. 그런데 뉴진스의 공연이 현재로 불러온 것이 과연 일본의 80년대에 대한 그리움이었을까? 뉴진스는 일본에서 데뷔 싱글 <슈퍼내추럴>을 발표하고 인기를 얻고 있다. 뉴진스는 ‘푸른 산호초’로 상징되는 80년대의 향수를 자극해 일본에서의 인기와 매출의 동력으로 삼았다.
작가이자 교육자인 그래프턴 태너의 <포에버리즘>은 현재 문화와 정치 전반에 넘쳐나는 노스탤지어의 배후에 작동하는 원리를 분석한다. 노스탤지어를 “상실했던 무언가가 마음속 또는 현실에 잠시 돌아왔을 때에 느껴지는 감정”이라고 정의한다면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것은 좀처럼 지나가지 않는 과거가 현재 속에 영원할 것처럼 지속해서 존재하는 양상이다. 태너는 이런 현상에 ‘영원주의(foreverism)’ 이름을 붙인다.
태너는 디즈니나 마블 등 대형 제작사의 영화들이 리메이크, 프리퀄, 스핀오프 등의 시리즈로 끊임없이 이어지며 지식재산(IP) 수익을 극대화한다고 말한다. 정치 영역에서도 ‘영원주의’가 작동한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백인 남성의 노스탤지어를 정치적 도구로 재탄생시켰다.
‘영원주의’로 이득을 얻는 것은 누구인가? 진정한 변화 없이 표면만 그럴싸하게 바꿔가며 그로부터 이익을 창출하는 거대 제작사와 엘리트 정치인, 빅테크 기업들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대부분 미국의 사례지만 90년대에 대한 향수, 첨단 디지털 기술이 보편화된 한국에 대입해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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