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시간 동안 374㎜…뚫린 하늘, 폭포처럼 비를 퍼부었다
한반도 남단을 동서로 가로지른 정체전선이 수도권 등 중부 지역에 200㎜ 안팎의 ‘물 폭탄’을 퍼부었다. 지난 17일 밤 경기도 북부에서 시작된 비가 서울과 경기 남부, 강원, 충청 등지로 확산되면서 곳곳에서 침수와 산사태, 도로 유실 등 호우 피해가 잇따랐다. 일부 지역에선 하천 수위 상승으로 범람 우려가 커지면서 저지대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정체전선은 일시적으로 남하해 19일 호남권에 최대 120㎜의 비를 뿌릴 전망이다.
비는 이틀 연속 수도권 등 중부 지역에 집중됐다. 17일 오후 3시부터 18일 오후 2시까지 주요 지점 누적 강수량은 경기 파주 374.6㎜, 인천 강화 367.2㎜, 경기 연천 군남 300.5㎜였다. 파주 운정새도시에서 서울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박아무개(52)씨는 “잠깐 내리겠지 했는데 밤새도록 (비가) 내렸다. 천둥 치고 비가 이렇게 강하게 오는 거 오랜만인 듯하다”며 “너무 무섭게 비가 오는데다, 여기저기 통제되고, 도저히 출근할 수 없어 하루 휴가를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수도권 바깥 지역에서는 강원 철원 동송 255㎜, 화천 광덕산 185.5㎜, 충남 당진 174㎜, 서산 155.6㎜, 태안 안도 136.5㎜, 아산 118.5㎜ 등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했다.
폭우에 따른 실종 사고도 잇따랐다. 18일 오전 경기 안성시 고삼저수지 낚시터에서는 배가 전복돼 낚시터 직원과 낚시객 등 2명이 실종됐다. 구조당국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흙탕물 때문에 시야 확보가 어려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북 옥천군 청성면에서도 17일 저녁 보청천을 건너던 50대 주민이 불어난 물살에 휩쓸려 실종됐다.
경기도 오산 등에선 집중호우로 하천 수위가 빠르게 올라가면서 저지대 주민들의 대피 행렬이 이어졌다. 한강홍수통제소는 18일 아침 8시40분을 기해 오산시 탑동대교 일대에 홍수경보를 발령했다. 오전 한때 경보수위(4m)를 넘긴 4.96m까지 수위가 오르면서 하천변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경기도 평택 통복천 일대도 하천이 범람 수위에 근접해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번 비로 8개 시·도에서 628가구 901명이 대피했으며, 210가구 298명이 여전히 귀가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호우경보가 내려진 충남 서북부 지역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18일 오전 서해안고속도로 송악나들목 서울 방향과 현대제철 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차량 진입이 통제됐다. 충남 당진에선 하천이 범람하면서 전통시장과 상가 등이 밀집한 당진읍 시가지 일부가 1m 깊이로 물에 잠겼다. 지난해 7월 산사태 등으로 25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던 경북에선 피해 예방을 위해 산사태 우려 지역을 중심으로 주민을 미리 대피시키고 있다.
서울에선 이날 출근 시간대에 쏟아진 폭우로 동부간선도로와 내부순환로 등 주요 도로가 통제되면서 극심한 출근길 혼잡이 빚어졌다. 지상 구간이 많은 서울지하철 1호선은 이날 아침 덕정역~연천역 구간이 운행을 멈췄고, 경의중앙선 문산역~대곡역 구간도 새벽 5시55분부터 1시간 동안 운행이 중단됐다. 경기도에서 서울 논현역 부근으로 출근하는 김아무개(28)씨는 “비 소식에 평소보다 일찍 집에서 나섰지만, 대중교통 지연으로 지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서울 구로역에서 만난 직장인 최아무개(27)씨는 “경기도 부천 집에서 평소보다 빨리 출발했지만, 열차 지연으로 승객들이 몰리면서 환승 때마다 열차를 놓쳤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호남권을 중심으로 19일까지 최대 120㎜의 비가 더 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역별 예상 강우량은 호남권 30~100㎜(최대 120㎜), 영남권 30~80㎜, 충남 남부 20~70㎜, 수도권과 대전·세종·충남 북부, 울릉도·독도 10~40㎜, 제주도 5~40㎜ 등이다. 20일에도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많게는 80㎜의 비가 내릴 수 있다고 기상청은 예보했다.
이준희 고나린 김채운 기자, 전국종합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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