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분6초 선율 위 축제의 장…아니, 이건 아마도 전쟁[그림책]

춤을 추었어
이수지 지음 | 장영규 음악
안그라픽스 | 66쪽 | 3만원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춤을 추었어>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최소 14분6초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책은 음악과 함께 보는 책이기 때문이다. 책 두 번째 페이지 하단에 모리스 라벨의 춤곡 ‘볼레로’의 큐알(QR)코드가 있다. ‘범 내려온다’로 유명한 이날치의 장영규 작곡가는 이 곡을 책의 구성과 똑같이 18개 파트로 쪼개서 편곡했다. 큐알 코드를 찍으면 책의 순서에 맞게 음악이 재생된다. 각 파트별 음악의 길이는 짧게는 45초, 길게는 1분13초다.

책의 주인공은 작은 아이다. 아이는 첫 장 ‘출발’에서 음표 위에 검은 공을 튕긴다. 스네어 드럼 소리가 잔잔하고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보면 정말 공이 음표 위를 통통 굴러가는 것만 같다. <춤을 추었어>라는 제목대로 아이는 계속 춤을 춘다. 아이를 둘러싼 사마귀와 개미도, 물고기도, 나비도, 개구리도 춤을 춘다.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지상과 물속, 하늘을 오가며 진행되던 춤은 느닷없이 큰 바람의 공격을 받는다. 이대로 모두 바람에 날아가 버리는 것일까?
유쾌하게만 느껴졌던 책은 바람과 함께 순식간에 분위기를 바꾼다. 17장 ‘도망쳐’를 위한 음악에서는 폭죽이 하늘로 올라가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린다. 폭죽 소리 전에 들리는 소리가 사이렌 음이 아니었다면, 그림에 ‘탱크’가 없었다면 아마 즐거운 축제 같았을 것이다. 이것은 축제가 아니라 전쟁이다. 폭죽이 아니라 미사일이다. 이 작가는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전쟁과 도심에서 열린 불꽃놀이 축제 사진이 인터넷 뉴스 창에 나란히 뜬 것”을 보고 책을 구상했다고 한다.
그림책으로 다양한 실험을 해 온 작가의 신간답다. 이미지에 집중해서 한 번, 음악에 집중해서 다시 한번 더 읽어보면 좋겠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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