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허치슨터미널, 우리나라 1호 기록에 도전하다

류재형 부산해양수산청장 2024. 7. 1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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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재배, 우체국 등 우리나라 1호가 부산에 유난히 많듯 부산항도 우리나라 1호가 적지 않다.

1876년 개항과 동시에 일본 나가사키와 초량왜관을 매월 왕래하던 정기 우편선 '니나와호'는 우리나라 정기 항로의 효시다.

올해 우리나라 최초 여성 도선사가 탄생한 곳도 부산항이다.

우리도 우리나라 최초의 컨테이너 부두인 자성대 부두의 역사적 의미를 기억하고 기념할 수 있도록 부산항의 역사 문화유산을 보전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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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형 부산해양수산청장

고구마 재배, 우체국 등 우리나라 1호가 부산에 유난히 많듯 부산항도 우리나라 1호가 적지 않다. 

1876년 개항과 동시에 일본 나가사키와 초량왜관을 매월 왕래하던 정기 우편선 ‘니나와호’는 우리나라 정기 항로의 효시다. 또 1905년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잇는 최초의 국제여객선 ‘잇키마루호’, 6·25 전쟁 중인 1952년 미국을 왕래하는 최초 원양화물선인 ‘고려호’, 1970년 최초 정기 카페리 여객선 ‘부관 페리호’ 취항 등 다양한 최초의 기록을 갖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최초 여성 도선사가 탄생한 곳도 부산항이다.

우리나라 최초 컨테이너 전용부두인 자성대 부두 역시 그중 하나다. 흔히 운영사인 한국허치슨터미널(HKT)의 이름을 따서 ‘허치슨 터미널’로 부르기도 한다. 

자성대 부두 역사는 1970년대 제조업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급속하게 성장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1974년부터 세계은행(IBRD)의 개발 자금으로 부산항 1단계 개발사업에 착수, 부두 시설을 대대적으로 건설·정비했다. 이어 1978년 5만 t급 컨테이너 선박 2척이 접안할 수 있는 컨테이너 전용부두를 개장하면서 자성대 부두의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1983년 제2단계 개발사업이 진행돼 62만㎡(약 20만 평)의 부지에 총 5개 선석(5만 t급 4개, 1만 t급 1개)을 갖췄다. 1997년에는 전 세계 단일 컨테이너 터미널로는 6번째로 누적 처리량 2000만 TEU를 달성하는 위업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자성대 부두는 개장 46년 만인 올 연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북항재개발 2단계 사업 부지에 포함되면서 자성대 부두의 운영사는 감만부두와 신감만부두에서 새롭게 시작한다. 이번 이전은 현재 운영 중인 터미널의 물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성대 부두에서 사용 중인 컨테이너 크레인 6기(최대 높이 120m, 1기당 1000t) 등 하역 장비와 터미널 운영시스템, 인력을 통째로 옮겨가는 전무후무한 이동이다.

특히 해상으로 크레인 장비를 이송하는 과정에 위치한 부산항대교의 높이(68m)로 인해 하역 장비를 해체한 뒤 대형 바지선에 실어 해상으로 옮기고 새 부두에서 다시 조립하는 방식의 난도 높은 이전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전이 순조롭게 완료되면 HKT는 우리나라 1호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로 대형 크레인 하역 장비까지 완전체로 이전하는 대역사를 성공시킨 항만 운영사로 기록될 것이다.

부산해양수산청은 이번 이전이 유례가 없는 난도 높은 작업인 데다가, 많은 항만 종사자가 이동하게 되는 만큼 장비 이동 시 안전사고 방지, 항만근로자의 고용 승계, 새로운 작업장의 항만 보안 등에도 문제가 없도록 촘촘히 지원할 예정이다.

자성대 부두는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지만, 그동안 근무하던 항만 종사자의 피와 땀, 수출 1번지 부산항의 역사는 그 안에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다. 대만은 과거 바나나 주요 수출 항구였던 가오슝항을 관광시설로 재개발하면서 바나나를 연상케 하는 노란색 상업시설과 부두 역사 전시관도 조성해 눈길을 끌고 있다.

우리도 우리나라 최초의 컨테이너 부두인 자성대 부두의 역사적 의미를 기억하고 기념할 수 있도록 부산항의 역사 문화유산을 보전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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