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시로 깨닫는 사물 본연의 모습 外
# 시로 깨닫는 사물 본연의 모습
콜라- 고영조 시집 /창연출판사 /1만5000원
1972년 ‘현대시학’에 ‘어떤 냄새의 서설’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고영조 시인의 아홉 번째 시집. 고 시인은 시에 대한 정의를 “예술과 시는 항상 새로워야 한다. 우리는 너무 길들여져 있다. 수많은 담론과 소문, 아우라와 스포일러가 우리에게서 설렘과 꿈을 앗아갔다. 이렇게 설렘과 호기심, 경이로움이 사라지면 시 쓰기가 더 어렵다. 아우라와 소문은 안개와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시집 그대로 사물을 보여주며 문장에 덧씌우는 액세서리를 걷어낸 본래 모습에 고영조 시인만의 개념을 새롭게 보여준다.
# 사진과 함께 거니는 올레길
느리게 걷는 올레길- 정순동 글·사진 /빛누리 /2만5000원
교육을 바꾸어 세상을 바꾸자던 교사 정순동이 그랬듯, 올레꾼 정순동도 앞에 닥친 길을 에둘러가지 않았다. 저자는 퇴직 후 최근 3년간 제주올레길 437km 27코스 긴 여정을 느리게 걸었다. 천천히 걸으며 제주올레길에 녹아있는 제주의 사람, 제주의 자연, 제주의 역사를 보고 듣고 읽었다. 발로 걸으며 몸으로 새기고 마음으로 느낀 제주를 꼼꼼하게 들려준다. 사람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아내는 눈 또한 깊어 아름답고 멋진 사진을 찍어 수록했다. 무심코 지나치면 잘 보이지 않는 제주의 속살을 보여준다.
# 공존의 필요성…김경복 평론집
공존을 위한 시적 행동- 김경복 평론집 /천년의시 /2만6000원
시 전문 계간지 ‘신생’ 편집주간, 경남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경복 문학평론가의 평론집. 1부를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시적 응전’으로 시작할 만큼, 기후 위기 심각성과 지구 생태계 재앙을 향한 ‘시적 응전’ 목소리를 높인다. 자연 생태계의 위기의식은 ‘노년의 존재론’과 ‘죽음’의 심연으로 이어지며 ‘현대시에 나타난 공존의 의미’를 모색함으로써 구원을 찾는다. 저자는 공존의 필요성에 대해, ‘부정적 근대성이 가져온 현대적 삶의 모순적 형태에 대한 진지한 진단과 처방의 의미를 함축’하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 디지털 쓰레기 치우는 청소부
우리가 본 것-나는 유해 게시물 삭제자입니다- 하나 베르부츠 소설 /북하우스 /1만5000원
네덜란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하나 베르부츠의 베스트셀러. 소셜 미디어의 유해 콘텐츠를 검토하고 삭제하는 이들의 세계를 생생하고 인상 깊게 묘사해 화제를 모았다. 14개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같은 거대 플랫폼 회사의 하청 회사인 ‘헥사’. 주인공 케일리는 핵사의 직원이다. 유해 게시물로 신고된 게시물들을 검토하고 삭제하는 콘텐츠 감수자, 디지털 쓰레기를 치우는 온라인 청소부로 불리는 수천 명 노동자 중 한 명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온/오프라인 세계의 모호한 경계를 꼬집는 소설.
# 초등교사가 마주한 학교폭력
정글 인 더 스쿨- 오선경 동화 /불곰 그림 /라임 /1만3000원
아이들이 학교생활에서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 학부모가 가장 크게 걱정하는 것. 바로 ‘친구 관계’, 더 솔직하게 표현하면 ‘학교 폭력’이다. 초등학교 교사로 16년째 근무 중인 작가가 생활부장을 맡아 학교 폭력 실무를 담당한 경험을 작품에 녹여냈다. 점점 더 교묘해지고 악랄해지는 초등 고학년 교실의 학교폭력 문제를 실감 나게 풀어냈다. 아이들에게 공감을 일으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옳은 것이 무엇인지 넌지시 일러준다. 관계 맺음이 두렵고 힘든 아이들에게 용기를 내어 보라고 손을 내민다.
# 품격 있는 언어생활하려면
말씨 말투 말매무새- 한성우 지음 /원더박스 /1만7000원
규범과 사전 밖 현실에서 살아 숨 쉬는 한국어의 맛과 멋을 공부해 온 국어학자 한성우가 품격 있는 언어생활을 제언한다. 말씨는 사투리라고 부르는 지역 방언이다.
서울 사람도 사실은 서울 사투리를 쓴다. 누구나 자기가 자란 땅에서 비롯된 저마다의 사투리를 쓴다. 말투는 연령 성별 계층 등에 따라 다른 사회 방언이다. 말씨와 말투가 서로 엮여서 말짜임과 말매무새로 드러난다. 저자는 바른 말, 맞는 말은 규범이나 언어 예절에 따라 정해지는 게 아니라고 설명한다. 바람직한 말매무새는 말의 주인들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 다름을 이해하고 용기 내보기
수영을 할 수 있게 되면- 잭 웡 그림책 /신형건 옮김 /보물창고 /1만6800원
1세대 아시아계 캐나다 이민자인 잭 웡은 수영에 거부감을 가진 소년이었다. 자기 피부색이 눈에 띄기를 원치 않아, 수영장 현장학습을 피하기도 했다. 물에 대한 두려움뿐만 아니라 사회적 요인이 함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잭 웡이 어른이 되어 수영을 주제로 그림책을 냈다. 이 그림책에는 다양한 나이, 피부색, 신체 특징을 가진 인물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물속을 헤엄치고 두려움을 이겨내며 목표한 곳에 도달한다. 미지의 세계와도 같은 물속으로 몸을 던져 뛰어드는 용기를 선물하고, 새로운 경험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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