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써내려간 사부곡…‘광기의 시대’ 부산을 투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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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소설은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아버지는 내 고생의 원천이었고 내 사춘기의 낭만을 앗아간 장본인이었다." (83쪽) 작가 조성기가 최근 펴낸 장편소설 '아버지의 광시곡'(한길사·사진)을 저 문장과 함께 펼치는 데는 이런 사연이 고여 있다.
세월은 흘러 작중 화자(작가 조성기)는 소설가로 등단하고, 어느덧 아버지 임종을 부산 서구 복음병원에서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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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희 시절 父의 곤고한 일상
- 서면 동보극장서 본 ‘알렉산더’
- 국제신문에 실린 아버지 사진 등
- 부산 렌즈로 숨은 요소 살펴봐
어쩌면 이 소설은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아버지는 내 고생의 원천이었고 내 사춘기의 낭만을 앗아간 장본인이었다.” (83쪽) 작가 조성기가 최근 펴낸 장편소설 ‘아버지의 광시곡’(한길사·사진)을 저 문장과 함께 펼치는 데는 이런 사연이 고여 있다. “4·19 혁명 직후 아버지는 부산지부 초등학교 교원노조 위원장이 되었다. ‘부산일보’와 ‘국제신문’에 아버지의 사진과 이름이 실려 있는 것을 종종 보기도 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교원노조 운동을 밀고 나가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것 같았다.” (17쪽)
거기에는 아버지의 다음과 같은 성격과 실천도 작용한 듯하다. “아버지는 자기 대신 동지 한 사람이라도 더 복직될 수 있도록 스스로 복직을 포기했다.” (129쪽)
세월은 흘러 작중 화자(작가 조성기)는 소설가로 등단하고, 어느덧 아버지 임종을 부산 서구 복음병원에서 맞이한다. 그 시점에 작가는 곱씹는다. 좀 긴데, ‘아버지의 광시곡’에서 정점을 이루는 대목으로 다가온다.
“사랑받는 아픔. 사랑을 주는 데도 아픔이 따르지만 사랑을 받는 데도 아픔이 있는 법이다. 한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전 존재의 변화를 의미하므로 존재가 변화하는 진통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인간들이 신의 사랑을 거부하는 것도 사랑받는 아픔, 다시 말해 존재의 변화에 따르는 아픔을 감당하고 싶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아버지의 사랑을, ‘사랑받는 아픔’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받기를 원하지만 이미 때가 늦어버렸다.(269~270쪽)
작가 조성기는 한국 문단에서 특별하고 각별하다. 그는 1951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청소년기를 오롯이 보내고 경기고로 진학하며 서울로 간다. 가난한 유학생인데도 경기고 1학년 때 전교 1등을 하는 등 기염을 토한 뒤 서울대 법대에 진학하는데, 끝내 선택한 길은 소설가였다. 그리고 종교(기독교)였다.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그는 한국 문단의 중요한 작가가 된다. 편벽되지 않고 세상에 열려 있으면서 동시에 정신성·종교성에서 비롯되는 큰 질문을 작품 속에 쟁여넣는 방식으로 작품세계를 쌓아갔다.
그에 관한 설명으로 “문학과 종교의 접점을 탐색하며 한국문학의 독특한 지평을 열어 온 작가”라는 문구도 있다. 그는 1985년 오늘의 작가상, 1991년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물론, 뒤로 가면서 관심 영역을 확장하며 다양한 작품을 발표하고 동양고전 연구가 등으로도 이름을 알린다.
지난 5월 나온 ‘아버지의 광시곡’은 “광기의 시대를 살다 간 아버지의 곤고한 일상을 그리다”로 압축되는데, 작가의 인생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소설을 ‘부산’이라는 렌즈로 보면 또 다른 흥미 요소가 쏟아진다. 1950~1960년대 부산 풍경이 듬뿍 담겼다. 일부는 이러하다.
“(옆 반 반장) 백영옥은 전두환 12·12 쿠데타 때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지키려다가 전사한 전속부관 김오랑 소령의 아내로 실명한 가운데 추락 의문사를 당했다. 둘 다 아버지를 따라 전학한 학교(부산 봉래초등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이었고 아버지의 제자들이었다.” “아버지는 술 취한 중에도 …한 집 한 집에다 대고 삿대질까지 하며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너, 국제신문 다니지? 기사 똑바로 쓰란 말이야!’”
“아버지와 함께 작가 이병주 집에 들러 서재로 들어섰을 때 우선 그의 우람한 덩치와 함께 서가를 가득 메운 책들에 압도당했다.” “국민학교 2학년 무렵 아버지가 나를 서면 동보극장에 데려간 적이 있었다. 마침 리처드 버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알렉산더 대왕’이 상영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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