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증언] ‘굴곡진 역사’의 증인…현경아 할머니의 기억
[KBS 제주] [앵커]
4·3의 역사를 증언으로 기록하는 KBS 연속기획 순서입니다.
현경아 할머니는 4·3 당시 이유도 없이 남편이 토벌대에 끌려가 행방불명됐지만, 세 자녀를 건사하고 마을 재건에도 앞장서며 억척같이 살아왔습니다.
올해 우리 나이로 105살, 굴곡진 역사의 산증인인 현 할머니의 이야기를 유용두, 강재윤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현경아/4·3 희생자 유족 : "친정 어머니하고 오빠하고 나하고 (살았지.) 아버지가 나 한 살 때에 돌아가셨어. 오 씨 집안 시댁에도 아무것도 없었어요. 집도 없고 밭도 없고 돈도 없고 아무것도 없었어. 우리 어머니가 오 씨 집이 양반 집이라고 돈이 없어도 벌면 산다고 양반집에 시집보낸다고 오 씨 집에 팔았어."]
[현경아/4·3 희생자 유족 : "(4·3 사건 때) 남자만 보면 그냥 벌벌 떨리고 뭐 무서운 것으로 말할 수 없어요. 큰딸은 여섯 살이어서 걷고, 작은딸은 세 살이어서 업고, (막내아들) 임신해 있었는데, 저 신작로에 나갔는데 그냥 (남편을) 잡아가 버렸어.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 잡아가 버렸어. (큰딸 잡은) 손을 떼어 잡아가 버리니까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죠. 그때 잡아가서 그냥 어디 갔는지 잘 몰라요. 대구 갔다는 말만 들었지. 그냥 그때 잡아가는 날 이후에 한 번 보지도 못했어요."]
[현경아/4·3 희생자 유족 : "(내가 살던 구산마을 집들을) 도무지 태운 줄도 모르게 다 태워버렸어요 전부. 아라일동 가서 성담 쌓은 거기, 움막집 지은 거기에서 이불 없으니까 보릿짚 깔고 보릿짚 더 끌어다 보리로 베개를 베고, 그렇게 해서 그 보릿짚 속에서 아들을 낳았어. 아이고, 이제 아들이 일흔일곱인데. (먹을 것이 없어서) 칡 끊어다 싸 먹고 찔레 해서 먹고 고사리 꺾어 먹고, 뭐 살아온 말은 그 말밖에 못 해요. 아, 이제는 뭐 좋은 이불에 잠자고 먹고. 그냥 낮에는 밭에 다니고 밤에는 보리 묶고 조 묶고, 밤에도 일하면서 살았지. 잠을 제대로 못 자봤어요. 이제 한 몇 년 지나서 집 서른 채 짓는 동네를 정하는데 산천단은 주춧돌 못 세워 못하고 저 정실마을, 오등동 옆 동네는 사람 모으지 못해서 못하고. 나는 (구산마을) 사람들 모아서 올리고 집 서른 채 지어서 이것이 어디 신문에 났어요. (마을) 성담 쌓으려고 하니까 사람이 없었죠. 그런데 내가 그 집들 다 세워놓고, 집 서른 채 짓고 성담을 쌓는데 그 인다마을하고 아라일동 전부 성을 쌓았어."]
[현경아/4·3 희생자 유족 : "(2021년 재심에서 남편 오형률) 무죄 판결 나서 고맙게 생각하지. 참 좋았지. 무죄 되니까 내가 이렇게 박수 쳤어. 그때 얘기를, 이제 그때는 기가 막혔어도 살다 보니까 이제는 괜찮아요. 억울하건 말건 이제 내가 잘 살았구나. 매일 박수 치면서 살아요.]
유용두 기자 (yyd9212@kbs.co.kr)
강재윤 기자 (jaeyu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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