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압색] '윤석열 명예훼손' 수사팀, '김건희 의혹' 등 사건 무관 취재자료 털어

이명선 2024. 7. 18. 20: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이 기자들의 노트북과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혐의와 무관한 취재 자료를 무더기로 압수해 간 사실이 확인됐다.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에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김건희 여사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자료, 야당 관계자들과의 통화 내용 등이 담긴 취재 자료를 무차별적으로 가져가 사실상 기자들의 취재 활동 전반을 사찰하듯 들여다 본 것으로 드러났다.

2023년 10월 11일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 자택 압수수색 현장 모습 (영상제공 : 뉴탐사)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 검찰에 5,569개 전자정보 뺏겨

지난해 10월 11일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 소속 검사와 수사관들이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의 자택에 들이닥쳤다. 허 기자 집 현관을 강제로 부수고 들어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허 기자의 혐의는 대통령 선거 직전인 2022년 3월 1일 허 기자가 쓴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기사가 대통령 윤석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었다.

허 기자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면, 검찰이 청구한 거의 모든 내용에 대해 법원이 압수수색을 허락했다. 노트와 수첩과 같은 문서, 그리고 노트북과 휴대전화 등에 담긴 전자정보 등이 압수물 목록에 올랐다. 검찰은 허 기자의 자택에서 노트북, 휴대전화, 그리고 하드디스크 2대를 압수했다. 그리고 세 달에 걸쳐 포렌식을 진행한 뒤 압수물을 선별했다.

뉴스타파는 허 기자로부터 검찰이 압수해 간 전자정보 목록을 제공받아 검찰이 뭘 압수했는지 일일이 확인했다. 검찰이 가져간 전자정보는 모두 5,569개에 달했다.

허 기자 자택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면, 검찰은 허 기자 자택에서 크게 두 가지를 압수할 수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부장검사 시절이었던 2011년,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에 대한 취재 및 보도 관련 자료와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제기된 각종 문제나 의혹 관련 자료다.

검찰이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로부터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 일부. 검찰 내부 비판에 적극적인 임은정 검사와의 통화 녹음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검찰, 허재현 노트북에서만 100개 넘게 사건 무관 자료 압수

하지만 허 기자에 대한 압수수색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수사 대상과 무관한 전자 정보, 즉 법원이 압수수색을 허락한 범위에 있지 않은 정보가 최소 100건 이상 검찰 손에 들어간 게 확인됐다.

검찰 내부 비판에 적극적인 임은정 검사와의 통화 내용, 추미애 의원 보좌관 등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과 주고 받은 각종 자료, 심지어 허 기자의 내밀한 개인 정보가 담긴 자료까지 모조리 털렸다. 민주당 모 의원실이 작성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자료도 압수물 목록에 포함됐다.

(검찰 포렌식과 압수물 선별 과정에서) 어떤 건 동의가 안 돼서 막 싸움이 길어질 때가 있었던 게 뭐가 있었냐면, 이 사람들(검찰)은 민주당 정치인이나 보좌관들과 대화 나눈 모든 기록을 다 가져가려고 하더라고요. 민주당의 작년 가을 국정감사 시즌에 보좌관들과 연락한 여러 기록들 문자들을 다 가져가려고 하더라고요.
-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

검찰이 허 기자 자택에서 압수해 간 전자정보 중에는 소위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특별수사팀이 문제 삼고 있는 보도보다 한참 뒤에 일어난 사건 관련 자료도 수두룩했다. 김건희 여사 일가와 관련된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사건 자료,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와 쌍방울그룹 관련 사건 취재 자료들이 대표적이다.

검찰이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로부터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 일부.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실에서 받은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자료가 포함되어 있다.

검찰, ‘윤석열 명예훼손’과 무관한 '김건희 일가', '한동훈' 취재자료 압수

허재현 기자의 노트북에서 압수된 전자정보 중 내용을 알 수 있도록 이름이 붙어있는 것만 확인했는데도, 검찰이 위법하게 압수해 간 것으로 보이는 전자정보가 최소 100건 이상이었다. 노트북 압수물 중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알 수 없는 전자정보와 노트북 이외 다른 전자장비까지 포함한다면, 검찰이 부당하게 압수해 간 전자정보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신들(검찰)이 생각하는 범죄 일시가 2022년 1월 2월 3월 초 아니냐, 근데 이 대화 기록은 2023년 가을 아니냐. 범죄 시점과 아무 상관도 없는 대화인데 이걸 왜 가져가냐'고 했지만, (검찰은) 범죄와 관련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가져가야 되고 그리고 범행에 대한 모의 시점도 자기들이 확인을 해야 되기 때문에 10년치 기록을 다 봐야 된다, 원칙적으로. 그렇게 설명을 했어요.
-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 “검찰이 고발사주 취재파일도 압수”

지난해 12월 26일 허 기자와 같은 ‘윤석열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한 뉴스버스 이진동 대표도 영장 범위를 벗어난 각종 취재 자료를 압수수색 과정에서 검찰에 뺐겼다고 주장했다.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보도와 전혀 관련이 없는, 뉴스버스가 지난 대선 한참 전에 특종 보도했던 소위 윤석열 사단의 ‘고발 사주’ 의혹 관련 취재 자료들을 무더기로 털어갔다는 것이다.

2023년 12월 26일 뉴스버스 압수수색 당시 현장 모습. (영상제공 : 뉴스버스)

 나하고 뉴스버스 취재 기자들이 공유해서 쓰는 텔레그램 방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과 관련이 없는 정보들, '고발 사주' 정보부터 다 포함돼 있는데 검찰은 텔레그램 방 전체를 가져가려고 했습니다. '방 전체를 다 가져가면 안되지 않냐'고 했더니 '분리가 안 된다'는 거예요. 그거 다 거짓말이거든요. 근데 압수수색을 당해보면 알지만, 검찰이 가져가겠다고 하면 어쩔 수가 없어요.
-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

JTBC 재직 당시 역시 윤석열 부장검사의 부산저축은행 브로커 수사 무마 의혹을 보도했던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도 마찬가지다. 검찰이 압수수색과 포렌식 절차를 마친 뒤 봉 기자에게 준 전자정보 압수물 목록을 보면, 문제의 기사와 전혀 관련이 없는 자료가 수두룩했다.

김건희 여사 일가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받는 양평고속도로 관련 자료, 심지어 봉 기자가 여러 취재처에서 제공받은 각종 보도자료까지 검찰이 털어간 사실이 확인됐다. 사실상 압수수색을 빌미로 봉 기자의 기자활동 전반을 사찰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법원이 허락하지 않은 명백한 불법행위다.

검찰이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전 JTBC 기자)로부터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 일부.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불거진 양평고속도로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파일이 포함되어 있다.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과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김건희와 윤석열이 관계가 된 거면 다 가져가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희가 반대해봤자, '그걸 왜 가져가냐'고 항의해봤자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이건 우리가 응하지 않겠다'라고 하고, '우리는 가겠다, 그냥 선별 작업 안 하고. 당신들(검찰) 마음대로 해라'라고까지 해도 거의 먹히지 않았습니다.
-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

뉴스타파는 검찰에 연락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언론인들을 상대로 왜 ‘윤석열 명예훼손’ 혐의와 무관한 취재 자료를 무분별하게 압수해 갔는지 물었지만, 아무런 답을 들을 수 없었다.

뉴스타파 이명선 sun@newstapa.org

Copyright © 뉴스타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