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아들 손잡고 병원 가야하나”…자궁경부암 백신, 남자 청소년도 맞아야
HPV백신, 두경부암도 예방
남자 청소년에게도 접종해야
HPV엔 남성이 여성보다 취약
두경부암 전문가인 이세영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HPV 백신 지원 대상을 남성 청소년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입 초기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이름을 알린 HPV 백신의 경우 현재 국내에선 만 12~17세 여성 청소년과 만 18~26세 저소득층 여성만이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다. 18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질병청은 연내 HPV 백신 접종 확대를 목표로 기획재정부와 예산 등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이 교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38곳 중 남성 청소년의 HPV 백신 접종이 NIP(국가예방접종사업)에 들어있지 않는 나라는 5개에 불과한데 그마저도 한국보다 소득수준이 높은 곳은 없다”며 “두경부암 환자가 해마다 늘고 있는데다 백신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NIP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HPV가 일으키는 질환으로는 자궁경부암, 음경암, 두경부암,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등이 있다.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암 중 5%가 HPV에 의해 일어난다. 이 교수는 “두경부암의 한 종류인 편도암의 경우 4명 중 3명이 HPV 감염으로 발생한다”며 “HPV의 90%이상이 저절로 사라지지만 유독 오래 머무르거나 재감염되면 악성 암으로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간에 알려진 바와 달리 남성이 여성보다 HPV에 대해 더 취약하다. HPV에 감염됐을 때 여성의 항체 생성율은 70~80%에 달하는 데 반해 남성은 그 수치가 20%에 불과하다. 여성보다 남성의 입안에서 HPV가 더 오래 머문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 교수는 “2019년 기준 한국 남성의 편도암 발생 건수는 2002년 대비 3배 증가했다”며 “여러 요인이 있지만 10년 넘게 HPV 감염 예방에 소홀했던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암 치료에 1000만원 단위의 높은 비용이 쓰인다는 것을 감안하면 예방 백신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전 세계에서 허가받은 HPV 백신은 2가, 4가, 9가 등 총 3가지다. 숫자가 커질수록 예방 가능한 바이러스 유형이 늘어난다. 이 교수는 “9가 백신은 HPV 관련 질환의 90%까지 예방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OECD 국가 중 28곳이 9가 백신으로 남녀 모두 접종을 시행하는 상황에서 국내는 여성 청소년에 한해 2·4가 백신만 지원하고 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으로 9가 HPV 백신으로의 확대, 남성 접종 도입 등을 내걸었으나 아직까지 논의단계에 머물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특정 국가가 언제, 몇가 HPV 백신을 남녀 모두에게 접종했는가는 공중보건학적으로 의미있는 데이터”라며 “전 세계 예방의학자들은 NIP를 도입한지 20년된 국가와 5년된 국가를 비교해 HPV 관련 암 발생률의 차이를 비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권위있는 논문마다 HPV 접종이 뒤늦게 확대돼 암 발생이 늘어난 사례로 한국이 언급돼선 안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현재 우리나라 NIP에 올라있는 18개 백신 가운데 남녀를 나눈 사업은 HPV 백신이 유일하다.
최근 대한두경부외과학회 등 총 6개 학회에선 입장문을 내고 ‘남녀 9가 HPV 백신 접종’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 교수는 대한두경부외과학회 의무이사로도 재직 중이다. 그는 “만약 정부가 남성 접종을 확대한다 해도 그 백신이 4가에 불과하다면 한국은 질병 예방 측면에서 여전히 뒤쳐진 상태”라며 “성별에 상관없이 9~26세 국민이라면 누구나 9가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회에 따르면 백신 접종의 최적 연령은 11~12세다. 접종 횟수는 9~14세의 경우 6개월 간격으로 2회, 15~26세의 경우 1·6개월 간격으로 3회가 권고된다.
HPV에 대해 집단면역을 형성하려면 남녀 모두 접종률이 50%가 돼야 한다. 현재 국내 HPV 백신 접종률은 여성이 30%, 남성이 5%미만이다. 이 교수는 “NIP 사업 확대를 늦추면 늦출수록 그 기간만큼 암에 걸리지 않을 수 있었던 사람들이 암에 걸리게 된다”며 “HPV 관련 암은 감염에서 발병까지 최대 20년정도 걸리는데 두경부암은 전암 병변이 없어 조기 발견이 불가하다는 점도 정부가 NIP 관련 의사결정시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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