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에 모든 아픔 씻기길"…서이초 1주기, 전국 추모 물결(종합)

양소리 기자 2024. 7. 18.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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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교사 순직으로 악성민원 교권침해 문제 경종
교권보호 5법 통과됐으나 교원단체들 "바뀐 것 없어"
빗 속에도 교사들 곳곳에서 추모…제도 개선도 촉구
교육 당국도 추모 분위기…입법·제도 개선 노력 다짐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서이초 순직교사 1주기인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대학교에서 열린 교사유가족협의회, 초등교사노동조합 2024 순직교사 추모행사를 찾은 교사 및 시민들이 헌화를 하기 위해 줄 서 있다. 2024.07.18. jhope@newsis.com

[서울·세종=뉴시스]양소리 김정현 우지은 기자 = 2년 차 새내기 교사가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순직한 지 1년이 되는 날 전국 교육계는 일제히 고인을 기리며 교권보호를 위한 법·제도 개선 의지를 다졌다.

젊은 교사의 순직으로 교권보호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됐고, 교권보호 5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제도적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가 반복되고 교사와 학생·학부모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등 아직 개선할 점이 많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늘도 슬픈 마음에 비…바뀌었는지 의문입니다"

서이초 교사 순직 1주기인 18일 하루 동안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공동 추모식을 위시해 교원단체와 전국의 시도교육청 등에서 추모 행사와 집회가 열렸다.

서울에서는 이날 큰 비가 내리면서 추모 공간에 많은 인파가 몰리지는 않았지만, 교원단체와 교원노조들은 당초 계획한 행사를 진행하며 교권보호를 촉구했다.

서울시교육청 앞 마당에 마련된 추모공간에는 장대비 속에 예상보다 추모객이 적었다. 별이 박힌 우주 그림으로 둘러싸인 15평 남짓 공간에는 추모객들이 남긴 추모 메시지가 하늘로 떠난 선생님을 기리고 있었다.

"선생님의 아픔이 헛되지 않도록, 잊혀지지 않도록 새기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라는 다짐, "하늘도 슬픈 마음에 비를 내립니다. 이 비에 모든 아픔이 씻겨내려가길"이라는 추모, 그리고 "많이 바뀌었는지 그렇지 않은지 여전히 의문입니다"라는 아쉬움이 적혔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 마련된 서이초등학교 교사 순직 1주기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 담은 종이를 나무에 걸고 있다. 추모공간은 서울시교육청 보건안전진흥원 옆이며 오전 9시부터 20일 오후 6시까지다. 2024.07.15. jini@newsis.com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교사유가족협의회는 이날 오전 11시께부터 서초구 서이초 사거리에서 국회까지 '서이초 교사 순직 1주기 추모 걷기'를 했다.

거센 비가 쏟아지는 날씨에도 약 40명의 교사가 참여해 순직 교사를 애도했다. 검은 우비를 입고 국화 한 송이를 든 교사들은 종착점인 국회 본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교육정상화특별법을 촉구했다.

서이초 순직 교사의 사촌오빠인 박두용 교사유가족협의회 대표는 "많은 교사들이 더 사망했으며 더 많은 유가족들이 생겨났지만 지원은 논의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유가족에 대한 지원 입법도 촉구했다.

교권보호 5법 실현…'무고성 아동학대' 두려움 여전

교원노조와 학계는 정책토론회에서 서이초 교사 순직으로 교권보호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는 계기가 됐다고 한 목소리로 평가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서울교대 718 교권회복연구센터는 이날 오후 서초구 서울교대에서 토론회를 갖고 서울 교사 및 시민 대상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김나영 전국교육대학생연합 의장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전국교육대학생연합, 실천교육교사모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좋은교사운동, 초등교사노동조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한 서이초 사건1주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07.18. 20hwan@newsis.com

지난달 7~9일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서울 교사 및 시민 각각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조사 결과,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 정도에 대해서도 시민 74.2%와 교사 93.6%가 '보호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로써 교권보호 5법(교원지위법·교육기본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아동학대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교사들이 '기분 상해죄'라 부르는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대응 제도를 비롯한 대책들이 도입됐다.

그러나 교원단체와 노조들은 이번주 일제히 인식조사 결과를 내놓고 "교사들의 입장에서 학교 현장은 변한 것이 없다"는 여론이라고 지적했다.

아동복지법 상의 '정서적 학대행위'가 모호해 무분별한 신고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고, 이를 이용한 보호자들의 악성 민원과 교권침해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늘어나는 교권침해와 여전한 무분별 아동학대 신고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3월28일부터 6월30일까지 세 달 간 교권침해 사안을 심의하는 교육지원청 교권보호위원회는 1364건 열렸다. 지난해 5050건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비슷하거나 증가 추세를 보일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서울시교육청-6개교원단체(교사노동조합연맹,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실천교육교사모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좋은교사운동,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사유가족협의회 서이초 사건 1주기 공동추모식에서 교육 3주체 공동선언이 진행되고 있다. 2024.07.18. 20hwan@newsis.com
지난해 9월25일부터 올해 6월30일까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대응하기 위해 제출된 교육감 의견서는 553건이었다. 교사를 감싼 '정당한 교육활동' 의견은 70%로, 무분별한 신고가 다수였던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전보다는 상황이 호전됐다고 보고 있다. 교권침해 심의 건수가 늘어난 것도 "교사들이 적극 신고하고 교육청이 신속히 대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지난 2022년 월 평균 142건이던 유·초·중·고 교직원 상대 아동학대 신고가 교육감 의견서 제출 건수 기준 월 평균 61건으로 줄었고, 검사 불기소 결정 비율은 같은 기간 17.9%포인트(p) 높아졌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교원단체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이날 성명을 내 "아동학대 신고 비율은 늘어나고 있다"며 "교육활동 침해 사안 중 단 9%만이 교권보호위원회 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교육청 자체 조사 결과도 있다"고 했다.

이 단체는 "(교육부가) 교육활동 보호가 강화되고 있다고 발표하는 것은 일부 개선된 점만을 열거해 실효성 논란을 덮으려는 눈속임은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조희연(왼쪽부터) 서울시교육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 조정훈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서울시교육청-6개교원단체(교사노동조합연맹,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실천교육교사모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좋은교사운동,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사유가족협의회 서이초 사건 1주기 공동추모식에서 교사유가족협의회 영상을 보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4.07.18. 20hwan@newsis.com

"선생님 홀로 어려움 마주하지 않도록" 당국도 추모

이처럼 교단에서 서이초 1주기를 맞아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와중 교육 당국도 이날 공식 추모사를 통해 입법·제도 개선 노력을 다짐했다.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날 오전 울산에서 공동 추념식을 열고, 교원의 교육활동과 모든 학생의 균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도록 행·재정적인 지원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날 오후 서울시교육청에선 6개 교원단체와 교사유가족협의회 공동 주관 1주기 공동추모식이 교원단체, 유가족 대표, 국회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학생, 학부모, 교원 교육 3주체가 서로 신뢰를 다짐하는 공동선언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고인을 추모하면서 교권보호 5법을 보완하는 학생맞춤통합지원법 제정, 아동복지법·학교안전법 개정 등 3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추모사를 통해 "선생님께서 홀로 어려움과 마주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모든 선생님이 행복하게 가르치는 학교, 학교 구성원이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는 학교, 많은 선생님들이 꿈꾸는 학교를 반드시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부총리는 "하지만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큰 파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보탬이 필요하다"며 "선생님, 학생, 학부모님과 교육감, 교육부, 국회의 하나된 힘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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