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농가 “정전에 전재산 날려”…한전 “소송해라”
[앵커]
갑작스런 정전으로 불편을 겪은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특히 생업을 위해 전기가 반드시 필요한 농민들은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는데요.
한 농민이 정전으로 애써 일군 감귤 농사를 망쳐 전 재산을 날리게 됐지만, 한전의 약관 탓에 피해 보상을 받기 어렵게 됐다고 합니다.
임연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비닐하우스 안 감귤나무가 페인트 칠을 한 것처럼 누렇게 변했습니다.
수분이 빠져나간 잎사귀는 낙엽처럼 말랐고, 감귤은 제 빛깔을 잃었습니다.
한 달 전 갑작스런 정전으로 비닐하우스 천장을 열고 닫는 자동개폐장치가 몇 시간 작동을 멈췄습니다.
한증막처럼 하우스 내부 온도가 솟구치면서 감귤나무가 모두 타버린 겁니다.
대출을 받아 시설 투자를 했던 피해 농민은 전 재산을 날리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김홍순/정전 피해 농가 : "한 일주일간 저 혼자 자다가도 벌떡벌떡 깨나서. 멍하게 앉아 있고."]
정전의 원인은 한전이 관리하는 전선의 퓨즈 고장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피해 조사를 나온 한전 직원들은 보상 대신 손해배상 소송을 권했습니다.
[김홍순/정전 피해 농민 : "보상해 준 전례도 없거니와 우리로 인해서 전례를 남길 수도 없다. 정 억울하면 변호사 선임해서 본사를 상대로 고소장을 내라는 거예요."]
한전이 이렇게 나올 수 있는 건 전기공급약관 때문입니다.
전기 설비 고장으로 인한 정전이더라도, 한전의 중대한 과실을 소비자가 입증하지 못하면 피해 보상을 받기 힘들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전기 공급을 사실상 독점한 한전이 제시한 약관을 소비자들은 따를 수 밖에 없는 실정, 소비자기본법이 보장한 피해 보상 받을 권리가 한전 앞에선 외면 당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임연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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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희 기자 (yhl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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