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내년에 겨우 7900가구 나오는데…정부는 “공급에 큰 문제 없다”
올 상반기 공급 실적 부진
고분양가 정책도 보완해야
공사비 병목 정비사업 정체 해법 절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18일 정부가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통해서 내놓은 주택공급대책에 대해 한마디로 이렇게 진단했다. 정부 대책의 골자는 2029년까지 23만6000호 주택 분양, 내년까지 비아파트 공공매입임대 1만호 추가다.
좀더 들어가보자. 정부가 공급할 23만6000호는 3기 신도시 5개 지구에서 7만7000호, 수도권 중소 택지 60여 곳에서 15만9000호를 더한 수치다. 하지만 이는 당장 서울과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세와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 하반기에 나오는 3기 신도시 본청약 물량은 1100가구가 전부다. 오는 9월 인천계양 3개 블록에서 공급된다. 내년 본청약에 돌입하는 물량도 7900가구 정도다.
내년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내년 상반기에 경기 고양창릉(1800가구)과 하남교산(1100가구) 물량이 풀릴 예정이지만, 두 곳 물량을 합쳐도 2900가구 안팎에 불과하다. 내년 하반기에는 남양주 왕숙 3000가구, 부천대장 2000가구가 나올 예정이다. 2029년까지 23만6000가구를 분양한다고 하지만 당장 내년까지 나오는 물량은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인 셈이다.
이때문에 고준석 연세대 교수는 “수도권 집값 상승세는 현재대로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만약 올 4분기에 금리인하가 이뤄지면 집값 상승에 기름을 붓는 격이어서 무주택자들이 3기 신도시 물량만 기다리고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정부대책을 평가절하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택지 지정부터 입주까지는 적어도 1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이보다는 앞설 3기 신도시 공급 물량을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무주택 서민과 청년을 위한 공공매입임대 주택 정책도 실현가능성에 의구심을 보이는 전문가들이 많다. 국토부가 비아파트 정책으로 공공매입임대 주택을 내년까지 12만호가 아닌 13만호로 1만호 늘려 공급하겠다고 했다. 올 하반기에만 5만4000가구 매입임대 주택을 수도권에 공급한다고 밝혔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올 상반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들인 매입임대 주택 물량을 보면 총 1576가구인데 목표치의 5%에도 못 미쳤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주택착공과 준공이 작년보다 늘었다는 근거를 들면서 공급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허가가 줄어든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촉구한다. 국토부의 안이한 판단에 대해 우려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실 인허가 감소는 2~3년 후 신축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고, 이는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실수요자 불안심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값이 최근 17주째 상승폭을 키우고 서울 핵심지에서 외곽, 경기도까지 가격 상승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실제로 올해 1∼5월 인허가 물량은 12만5974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 16만5896호보다 24.1% 감소했다. 연간 목표 물량을 달성하려면 연말까지 40만가구 이상 인허가가 이뤄져야 한다.
또 전문가들은 수도권 주택시장 불안의 또 다른 원인인 아파트 고분양가 안정책이 이번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언급되지 않은 점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고분양가를 비롯한 구조적인 집값 상승 원인이 여전한 가운데 원론적인 공급 확대만 강조한 것으로는 주택 가격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 등 수도권 주요 지역 아파트의 높은 분양가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준공 10년 이내 아파트 매입으로 쏠리면서 집값 상승이 두드러졌다”며 “공급 확대 외에도 고분양가 문제를 해결해야 불안심리를 잠재우고 청약시장에 대기 수요를 만들어 시장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 역시 “원가 상승 여파로 분양가가 상승하고 주택 가격도 따라 오르는 상황”이라며 “합리적인 교통망을 구축해 수도권 인근 주거지와 도심을 연결하고, 대출 규제를 기준금리 인하 이후로 미루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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