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산업에 ‘기는’ 환경 정책…안전성 문제 없나?
[KBS 대구] [앵커]
이차전지 폐수 연속 보도, 마지막 순서입니다.
이차전지 폐수의 안전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바다 방류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산업을 환경정책이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최보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2년 전 대학교 연구팀이 진행한 포항 영일만산단 이차전지 폐수 성분 분석 결과, 중금속인 리튬과 코발트가 검출됐지만 바다에 방류하더라도 규제할 방법이 없습니다.
페놀이나 수은, 납처럼 배출 허용기준이 정해진 53가지 항목에서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유통되는 화학 물질이 4만여 개에 달하는 만큼 환경부는 53개 이외의 물질들은 '생태독성'이란 항목으로 평가합니다.
폐수에 물벼룩 등 생물체를 넣어 사멸 또는 활동성 저하를 근거로 독성 여부를 판단하는 겁니다.
그런데 생태독성 기준으로도 이차전지 폐수를 규제하긴 어렵습니다.
이차전지 폐수에는 바닷물 염도의 두세 배에 달하는 고농도의 염, 즉 나트륨이 들어있는데 생태독성 기준치를 넘더라도 염으로 인한 독성을 인정받으면 방류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폐수를 방류할 때 염도의 기준치도 없습니다.
[조강우/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 : "(이차전지 폐수 염) 농도가 바닷물보다 높기 때문에 밀도도 높거든요. 폐수들이 가라앉을 가능성이 굉장히 크고요. 그러면 바다에서도 특히 저서생물들에 생태독성을 유발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차전지 폐수 문제가 급부상하자 환경부는 올해 초 토론회를 여는 등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내년엔 포항에서 이차전지 폐수와 관련한 해양생태계 영향 조사를 할 예정입니다.
[환경부 수질수생태과 관계자 : "(이차전지 폐수가) 생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자료가 전혀 없어요. 해수부랑 협력해 가지고 해양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되는지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해보려고…."]
급변하는 산업을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는 환경 대책들.
그 사이 누구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이차전지 폐수는 오늘도 바다로 흘러들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보규입니다.
촬영기자:신광진
최보규 기자 (bokgi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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