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장’ 큰 걸음 뗀 동성부부 “사랑이 또 이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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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이날 판결이 성소수자도 평등하게 결혼할 수 있는 사회가 되는 징검다리 구실을 하길 바랬다.
소씨는 "오늘 판결로 (동성 부부가 이성 부부와 똑같은) 부부로서 가질 수 있는 수많은 권리 중 하나를 얻은 것"이라며 "누구나 평등하게 혼인 제도를 이용하면서 (동성 부부도) 배우자로서의 모든 권리를 갖는 것이 그다음 순서다. 한국 사회는 지금보다 더욱 평등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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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평등하게 결혼할 권리 갖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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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랑이 또 이겼습니다.”
김용민(34)씨의 배우자 소성욱(33)씨가 서울고등법원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승소한 소감을 말하자 18일 오후 3시 30분께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선 성소수자 인권활동가 동료들의 환호가 울려 퍼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이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직장가입자의 사실혼 관계 이성 배우자는 피부양자로 등록하면서 동성 배우자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며 건보공단 상대로 소송을 낸 소씨 손을 들어준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소씨가 건보 직장가입자인 김씨의 피부양자로 등록된 사실이 2020년 한겨레21을 통해 알려지자, 건보공단은 그의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했다. 그로부터 약 4년 만에 나온 판결이다.
부부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20년 2월 남편 성욱이가 제 피부양자로 등록됐을 때 우리 둘의 관계가 공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데 뛸 듯이 기뻐했던 일이 생각난다”며 “오늘 하루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이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성욱이가 그동안 저보다 더 많이 힘들어했는데, 그 시간을 잘 견뎌준 성욱이에게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눈시울이 함께 붉어졌다.
대법원이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 두 사람이 “차이가 없다” 한 대목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소씨는 “재판부가 ‘평등의 원칙’을 언급하고, (이성 커플과) 다르게 대우하는 것이 차별이라고 한 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짚었다. 김씨는 “항상 (소성욱의) 남편이라고 말하지만 남편 자격을 법적으로는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며 “법원에서 판결문을 읽을 때 동성 동반자라는 표현을 써주었는데, 지금까지 11년 동안 함께한 동반자고 앞으로도 함께할 배우자, 동반자임을 법원에서 처음 인정받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되찾기까지 지난 4년 동안, 두 사람은 서로가 가족이며 부부임을 증명하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받아야만 했다. 한국에서도 동성 결혼이 법제화됐다면 굳이 할 필요가 없었던 싸움이다. 대만은 이미 2019년 아시아 최초로 동성 결혼을 법제화했으며 최근 타이(태국)에서도 동성 결혼을 허용하는 법안이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통과됐다.
부부는 이날 판결이 성소수자도 평등하게 결혼할 수 있는 사회가 되는 징검다리 구실을 하길 바랬다. 소씨는 “오늘 판결로 (동성 부부가 이성 부부와 똑같은) 부부로서 가질 수 있는 수많은 권리 중 하나를 얻은 것”이라며 “누구나 평등하게 혼인 제도를 이용하면서 (동성 부부도) 배우자로서의 모든 권리를 갖는 것이 그다음 순서다. 한국 사회는 지금보다 더욱 평등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소씨가 승소한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힐까 봐 긴장한 탓에 밥도 먹지 못했다는 부부는 이날을 기념해 동료, 지지자들과 파티를 열기로 했다. 그에 앞서 이들은 민변 대회의실에서 함께 외쳤다.
“사랑이 이긴다! 사랑이 이겼다! 동성혼 법제화 지금 당장!”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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