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농가 “정전에 전 재산 날려”…한전 “소송해라”

임연희 2024. 7. 18.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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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주] [앵커]

갑작스런 정전으로 불편을 겪은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특히 생업을 위해 전기가 반드시 필요한 농민들은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는데요.

한 농민이 정전으로 애써 일군 감귤 농사를 망쳐 전 재산을 날리게 됐지만, 한전의 약관 탓에 피해 보상을 받기 어렵게 됐다고 합니다.

임연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비닐하우스 안 감귤나무가 페인트 칠을 한 것처럼 누렇게 변했습니다.

수분이 빠져나간 잎사귀는 낙엽처럼 말랐고, 감귤은 제 빛깔을 잃었습니다.

한 달 전 갑작스런 정전으로 비닐하우스 천장을 열고 닫는 자동개폐장치가 몇 시간 작동을 멈췄습니다.

한증막처럼 하우스 내부 온도가 솟구치면서 감귤나무가 모두 타버린 겁니다.

대출을 받아 시설 투자를 했던 피해 농민은 전 재산을 날리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김홍순/정전 피해 농가 : "한 일주일간 저 혼자 자다가도 벌떡벌떡 깨나서. 멍하게 앉아 있고."]

정전의 원인은 한전이 관리하는 전선의 퓨즈 고장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피해 조사를 나온 한전 직원들은 보상 대신 손해배상 소송을 권했습니다.

[김홍순/정전 피해 농민 : "보상해 준 전례도 없거니와 우리로 인해서 전례를 남길 수도 없다. 정 억울하면 변호사 선임해서 본사를 상대로 고소장을 내라는 거예요."]

한전이 이렇게 나올 수 있는 건 전기공급약관 때문입니다.

전기 설비 고장으로 인한 정전이더라도, 한전의 중대한 과실을 소비자가 입증하지 못하면 피해 보상을 받기 힘들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전기 공급을 사실상 독점한 한전이 제시한 약관을 소비자들은 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 소비자기본법이 보장한 피해 보상받을 권리가 한전 앞에선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임연희입니다.

촬영기자:부수홍/그래픽:조하연

임연희 기자 (yhl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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