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연대 다룬 이란 연극 '블라인드 러너'…21일까지 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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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자유를 위해 싸워야만 자신의 자유도 쟁취할 수 있습니다."
최근 유럽에서 화제가 된 연극 '블라인드 러너'를 들고 내한한 이란의 대표적 극작가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유를 '타인을 위한 저항의 산물'이라고 정의했다.
작품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블라인드 러너'는 1979년 '이란 혁명'과 2009년 '녹색 운동', 2022년 '히잡 시위'로 이어지는 이란 시민의 저항과 투쟁의 역사를 극 전반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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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다른 사람의 자유를 위해 싸워야만 자신의 자유도 쟁취할 수 있습니다."
최근 유럽에서 화제가 된 연극 '블라인드 러너'를 들고 내한한 이란의 대표적 극작가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유를 '타인을 위한 저항의 산물'이라고 정의했다.
'블라인드 러너'는 개인으로서 투쟁하는 자유는 공동의 성격을 지닐 때 비로소 그 가치가 완성된다는 쿠헤스타니의 신념에 기반한 작품이다. 억압된 상황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소극적인 투쟁에 그쳐서는 안 되고 다수가 연대해 저항해야 한다는 것이다.
'블라인드 러너'는 작가의 이런 철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등장인물을 두 명으로 최소화하고 스토리도 간결하게 구성했다.
반정부 시위로 감옥에 갇힌 아내와 면회하러 온 남편의 대화로 작품이 시작된다. 서로에게 냉담한 부부의 대화는 전체주의 억압 속에서 한없이 연약해지는 사랑의 감정을 표현했다고 한다.
반면 아내의 권유로 남편이 시각장애인 여성과 함께 파리의 달리기 대회에 출전하는 장면은 연대의 가능성과 그 속에서 성장하는 희망의 견고함을 상징한다. 아내와 시각장애인 여성을 배우 한 명이 연기하도록 한 것도 이러한 극적인 설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쿠헤스타니는 "배우가 눈을 뜨면 아내 역이 되고, 눈을 감으면 시각장애인 여성이 된다"면서 "두 인물이 같은 명분으로 저항을 하기 때문에 하나의 목소리로 두 역할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작품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블라인드 러너'는 1979년 '이란 혁명'과 2009년 '녹색 운동', 2022년 '히잡 시위'로 이어지는 이란 시민의 저항과 투쟁의 역사를 극 전반에 담고 있다. 아내는 히잡 시위에 연루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시각장애인 여성도 녹색 운동 당시 진압과정에서 시력을 잃었다는 설정이다.
쿠헤스타니는 이란 시민의 저항과 투쟁을 이란 내부의 문제로만 설정하지 않고, 유럽의 난민 문제로 확대했다. 독재정권을 피해 망명하거나 빈곤에서 탈출하기 위해 난민이 된 이들의 현실과 곤경을 전면에 내세워 난민 문제가 한 국가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쿠헤스타니는 "난민 문제는 난민 자체가 만든 것이 아니라 난민이 발생할 수밖에 없도록 한 모든 국가 체제의 책임"이라며 "난민을 만드는 나라가 자신의 조국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닫고 모두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작품 말미 이란 시민의 저항과 투쟁을 난민 문제로 확대하는 과정을 그린 연출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남편과 시각장애인 여성은 갑작스레 유럽으로 집단 망명을 시도하는 난민 행렬의 상징적 장소인 '영국-프랑스 해저 터널'에서 목숨을 건 달리기에 도전한다. 두 사람의 선택이 가지는 함의는 어느 정도 이해되지만, 극적 흐름을 훼손해 관객의 몰입감을 떨어뜨린다.
또 비극을 암시하는 마지막 장면도 연대와 희망이라는 작품의 주제와 동떨어져 보인다. 이에 대해 쿠헤스타니는 "자신을 희생해 타인의 자유를 쟁취하는 이중적 의미"라고 해명했지만, 공감하기는 쉽지 않다.
논란의 문제작 '블라인드 러너'는 오는 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상연된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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