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최후통첩에도… 교수들 “가을턴 안뽑아”

이정우 2024. 7. 18.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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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수련병원의 최후통첩에도 상당수 전공의가 복귀도 사직도 선택하지 않으면서 정부 방침대로 일괄 사직될 전망인 가운데, 수련병원 교수들이 "가을에 수련할 전공의를 뽑지 않겠다"고 나서면서 병원·교수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아울러 '9월 복귀 전공의'(가을턴)들에 대해선 다른 지역 병원에 지원할 수 있도록 했고, 군 입영 연기 특례도 적용할 예정이다.

교수들이 가을턴 모집을 반대하는 이유는 기존 전공의들의 복귀를 가로막는 조치로 인식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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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전공의 수련 모집 특례 제시
지방 전공의 ‘빅5 등 수련’ 허용
입영도 연기… 미복귀 땐 입대
수련병원 전공의 8.4%만 출근
1만여명은 사직도 복귀도 안 해
가톨릭의대 등 “추가 모집 없어”
“전공의 복귀 가로막아선 안 돼”

정부와 수련병원의 최후통첩에도 상당수 전공의가 복귀도 사직도 선택하지 않으면서 정부 방침대로 일괄 사직될 전망인 가운데, 수련병원 교수들이 “가을에 수련할 전공의를 뽑지 않겠다”고 나서면서 병원·교수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의 전공의 가을 증원 방침에 차질이 예상된다.

18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의 모습. 연합뉴스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3756명 중 17일 기준 1151명(8.4%)만 출근했다. 전날(1157명)보다 6명 줄었다. 레지던트 1만506명 중에선 전날보다 424명이 추가된 1726명(16.4%)이 사직한 것으로 집계됐다. 1만명가량은 사직도 복귀도 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대다수 전공의가 의료현장으로 복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유감을 표했다.

정부는 모든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중단하고, 9월 전공의 추가모집에 지원하면 ‘사직한 전공의는 1년 이내 동일과목·연차로 복귀할 수 없다’는 규정을 예외로 하는 ‘특례’를 제시했다. 정부는 아울러 ‘9월 복귀 전공의’(가을턴)들에 대해선 다른 지역 병원에 지원할 수 있도록 했고, 군 입영 연기 특례도 적용할 예정이다. 미복귀 전공의는 군의관 등으로 입대해야 한다.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전공의 복귀 수 자체가 많지 않아, 수련병원에서 1명이라도 더 고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정부는 각 병원의 결원 규모를 파악한 뒤 22일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을 진행할 방침이다. 전공의 복귀를 위한 사실상 ‘마지막 카드’를 내놓은 것인데, 교수들 반발로 효과가 나타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병원들은 원활한 중증·응급 환자 진료를 위해서는 추가모집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일부 수련병원 교수들이 하반기 모집 ‘보이콧’을 선언하고 나섰다. 일부는 ‘사직 전공의 결원이 아닌, 기존 결원에 대해서만 모집 신청하겠다’는 입장도 내놓고 있다.

김성근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많은 임상과에서 추가모집을 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최창민 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도 “임상과장들은 전공의를 뽑지 않겠다고 올렸는데, 병원장이나 병원 집행부 생각이 달라서 내부적으로 계속 진통 중”이라고 전했다.

18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대의 경우 이런 교수들 입장에 따라 기존 결원에 대해서만 가을턴 모집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승원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관계자는 “비대위가 진행한 교수 설문 결과와 사직 전공의 의견을 반영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고려대의대는 사직 전공의 결원까지 모집하기로 했다.

교수들이 가을턴 모집을 반대하는 이유는 기존 전공의들의 복귀를 가로막는 조치로 인식돼서다. 가을턴 모집은 각 병원의 임상과장이 전공의와 상의해 모집 규모를 결정하는데, 대부분의 전공의는 병원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모집 공고를 내도 기존 전공의가 복귀하는 것이 아닌 다른 전공의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조윤정 고려의대 교수협회장은 “모집 공고를 냈는데 어떤 지방에서 전공의가 지원하면 안 뽑을 수 없다. 그 지원자를 뽑지 않는 합리적 사유를 써야 하는데, ‘사직한 전공의가 있어서 자리를 비워둬야 한다’고 적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공의는 내 제자고, 내가 늙으면 이 사람이 나를 치료해주는 복잡한 관계인데, 정부가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희연·이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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