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가해” “동지 의식 없어”…‘한동훈 입’에 당심 부글부글

김병관 2024. 7. 1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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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부터 당원투표… 막판 변수 부상
‘나경원 공소 취소 부탁’ 폭로 여진
‘찐윤’ 권성동 “우리당 아픔 후벼파”
원희룡 “동지 의식 없어…더 배워야”
국힘 단톡방에는 韓 비판글 잇달아
당내 “내부총질 파장… 결선 갈수도”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원투표를 하루 앞둔 18일 한동훈 당대표 후보의 ‘입 리스크’가 막판 변수로 급부상했다. 한 후보의 나경원 후보를 겨냥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건 공소 취소 청탁’ 폭로가 당심의 역린을 건드리고, 소속 의원들의 공개 반발에 부딪히면서다. 한 후보가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당내에선 “이번 일이 당원 표심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후보는 전날 CBS 토론회에서 나 후보를 향해 “저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를 취소해 달라고 부탁한 적 있죠? 저는 거기에 대해서 ‘그럴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며 “법무부 장관은 그런 식으로 구체적 사안에 개입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한 후보의 해당 발언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으로 한 후보는 법무부 장관의 기본적 책무를 실패했다’는 나 후보의 공세에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韓 빠진 채… 국민의힘 윤상현(왼쪽부터), 나경원, 원희룡 당대표 후보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시당 여성위원회 대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를 두고 이날 국민의힘에선 “열 받는다”, “2차 가해하나”, “동지 의식이 없다”와 같은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 해당 사건은 민주당에 맞서다 나 후보를 포함해 전·현직 의원, 당직자 27명이 4년 넘게 재판을 받고 있는 ‘뼈 아픈 사건’인데, 한 후보가 이를 자신의 선거전에 활용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2019년 4월 민주당이 공수처법, 선거법 등을 패스트트랙에 태워 통과시키려 하자, 강도 높은 대여 투쟁을 벌인 바 있다.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인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우리 당 의원 개개인의 아픔이자 당 전체의 아픔을 당내 선거에서 후벼 파서야 되겠느냐”고 질타했다. 직전 당대표인 김기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폭주하는 민주당의 악법을 막는 정의로운 일에 온몸을 던졌다가 억울한 피해자가 된 우리 동지들의 고통에 공감하지는 못할망정, 2차 가해를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TK(대구·경북) 초선 강명구 의원은 “아직도 그 여파로 제가 잘 아는 보좌진 친구도 수사 재판을 받고 있다”며 “아무리 전당대회가 치열하다지만 우리 당의 아픔에 대해서 남 이야기하듯 하지 말고 신중히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PK(부산·경남) 초선 서지영 의원은 “저는 패스트트랙 당시 원내대표 보좌역이었다”며 “당의 역사와 정치적 사건들이 쉽게 폄훼되는 것을 받아들이기 무척 어렵다”고 꼬집었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나 역시도 동료의원들과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삭발까지 했다”며 “당신이 문재인 정권하에서 화양연화의 검사 시절을 보낼 때 우리는 좌파와 국회에서 처절하게 싸운 사건”이라고 질타했다. 

항의받는 韓 국민의힘 한동훈 당대표 후보(오른쪽)가 18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의회 의원간담회’ 회의장 앞에서 항의하는 국민의힘 이희원 서울시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이날 국민의힘의 의원 단체 메시지방에서도 한 후보를 비판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기소된 이철규, 김정재, 윤한홍 의원 등이 메시지를 올렸고, 일부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도 이에 공감을 표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상대 후보들은 이를 계기로 한 후보를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나 후보는 “한 후보가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 이런 부분에 대한 분별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원희룡 후보도 “피아 구분 못 하고 동지 의식 전혀 없는 걸 보면 (한 후보는) 더 배워야 한다”, 윤상현 후보도 “선을 좀 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한 후보는 논란이 커지자 이날 페이스북에서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당대표가 되면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재판에 대한 법률적 지원을 강화하고, 여야의 대승적 재발방지 약속 및 상호 처벌불원 방안도 검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내에선 “한 후보가 1차에서 과반 득표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일로 결선까지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내부 총질이라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TK 초선 의원)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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