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스처에 반도체 와르르” 절대강자 ASML·TSMC도 못 피했다 [비즈360]

2024. 7. 1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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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 2분기 중국 장비 판매 비중 49% 달해
美, 대중 수출규제 강력조치 예고에 주가 급락
TSMC도 호실적 불구 트럼프 한마디에 주가 ↓
미국발 강경 제스처에 반도체 산업 전반 흔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2분기 매출의 절반을 중국에서 거두며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올렸지만 주식시장에선 오히려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미국이 또 다시 장비업체들을 겨냥해 강도 높은 중국 수출제재를 예고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에 미국 정부 보조금을 주는 것을 비판하면서 TSMC 주가도 출렁거렸다. TSMC는 예상치를 뛰어넘는 2분기 실적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따른 여진으로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미국에서 잇달아 쏟아내고 있는 강경한 제스처들이 반도체 산업 전반에 걸쳐 강력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SML·TSMC 2분기 호실적에도 美 한마디에 주가 급락

18일 업계에 따르면 ASML을 비롯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 등의 주가가 전날 일제히 하락했다. 모두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글로벌 반도체 장비기업들이다.

특히 ASML은 시장 예상치보다 높은 2분기 실적을 내놓고도 주가가 10% 넘게 빠졌다. 미국이 네덜란드를 포함한 동맹국들에게 중국으로의 반도체 장비 수출을 제한하지 않으면 엄격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타격을 입었다.

네덜란드 벨트호벤에 위치한 ASML 사옥. [로이터]

대만 TSMC도 2분기 인공지능(AI) 열풍의 수혜로 시장 예상치를 넘는 2478억 대만달러(약 10조5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고 이날 발표했으나 주가는 힘을 못쓰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이 우리 반도체 사업을 전부 가져갔다”며 “지금 우리는 대만이 우리나라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수십억달러를 주고 있으며 이제 그들은 그것도 가져갈 것”이라고 말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TSMC 주가는 전날 뉴욕증시에서 8% 하락했고 대만 증시에서도 전날(-2.37%)에 이어 이날 2.43%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ASML 등 반도체 장비사, 中 매출 비중 40% 넘어

ASML은 반도체 공정 중에서도 빛으로 웨이퍼에 미세한 회로를 그려 넣는 공정에 투입되는 노광장비를 팔아 수익을 올리고 있다. ASML이 2분기 중국에 반도체 장비를 팔아 거둔 매출은 약 23억유로(약 3조4700억원)다. 전체 장비 매출에서 차지하는 중국 비중이 49%에 달한다. 한국(28%), 대만(11%)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 네덜란드 등 동맹국들에게 대중 첨단 반도체 기술 및 장비 수출을 규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범용 반도체 장비로 눈을 돌려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도체 초미세화 공정의 핵심인 극자외선(EUV) 장비보다 난이도가 떨어지는 구형 노광장비들을 ASML로부터 싹쓸이하고 있는 것이다.

모리스 창(가운데) TSMC 창업자가 지난해 3월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반도체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로이터에 따르면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실적 발표 후 가진 콘퍼런스 콜에서 이에 대한 질문을 받자 “소문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첨단 장비의 경우 대부분 중국 판매가 막혔고, 중국 공장에 투입된 일부 ASML 장비에 대한 서비스도 제한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미국 장비기업들도 중국 의존도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니케이는 지난 13일 미국 장비기업 어플라이드(2~4월)와 램리서치(1~3월)의 중국 의존도가 각각 43%, 42%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모두 전년 대비 20% 포인트 넘게 증가한 수치다.

美, 대중 수출규제 강경… ASML 첨단장비 판매가 대안

중국이 인공지능(AI) 관련 산업 투자에 적극적인 만큼 당분간 반도체 장비 지출에도 돈을 아끼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는 반도체 장비기업들이 ‘중국 특수’와 ‘미국 제재’ 사이에서 냉·온탕을 오가는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어플라이드를 비롯한 미국 기업들은 미국 측 조치가 중국 반도체 업계의 기술 발전을 막지 못하는 반면 미국 업체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크리스토프 푸케(가운데) ASML 최고경영자(CEO). [ASML 제공]

특히 중국 반도체 업체들에 노광공정에서 ASML 장비 말고 당장 대안이 없어 규제 범위 안에서 해당 장비 구입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는 ASML이 높아진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대안으로 하이(high)-NA 극자외선(EUV) 장비를 꼽는다. 하이-NA EUV 장비는 가격이 1대당 5000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장비다. 기존 장비보다 세밀하게 회로를 그려주기 때문에 반도체 초미세 경쟁을 벌이는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들이 앞다퉈 손에 넣으려 하고 있다. 인텔은 올해 말 하이-NA EUV 장비를 가장 먼저 수령하는 ‘1호 기업’이다.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 파운드리 업체들을 대상으로 하이-NA 극자외선(EUV) 장비 판매를 확대해 높은 중국 의존도를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ASML의 주요 성장 동력은 하이-NA EUV 장비”라며 “내년 파운드리 선두 업체들을 타깃으로 하는 하이-NA EUV 장비로 성장하면서 중국 매출 비중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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