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부부 피부양자 인정 배경은…"사실혼과 다르지 않아"

이종희 기자 2024. 7. 1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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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혼 관계 동성 배우자 건보 피부양자격 인정
"'사실혼 관계 있는 사람' 동성 부부 차이 없어"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동성부부 소성욱 씨와 김용민 씨가 지난해 2월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 상대 보험료 부과 취소 처분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후 입장을 말하며 기뻐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소성욱 씨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동성부부의 건보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며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 2023.02.21.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대법원이 동성 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동성 부부의 법적 권리를 처음으로 인정했다.

그동안 동성 부부는 사실혼 관계에 있음에도 동성이라는 이유로 법적인 권리를 행사하는데 제약이 있었다. 대법원이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며 "사실혼과 다르지 않다"고 판시해 앞으로 이성 부부에게 주어지는 권리를 얻을 길이 열렸다는 평가다.

다만, 대법원이 동성혼을 법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과도한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법원은 18일 오후 전원합의체를 열고 소성욱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재판관 다수 의견으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이 소씨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건강보험에서 규정하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이성 부부와 동성 부부가 차이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공단이 직장가입자의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가 직장가입자의 동반자로서 생계를 함께 하면서 공동생활을 영위하기 때문"이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동성 부부 역시 동거하는 관계를 넘어 부부공동생활에 준할 정도의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며 "피고가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공단이 마련한 지침에 의하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의 경우 피부양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인우보증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는 가족이나 직장 등 주변에 두 사람의 결합을 선언하고 보증인 2명이 국가기관을 상대로 두 사람의 결합을 증명하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며 "동성 동반자도 인우보증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고 했다.

건보에서 규정한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이 동성 부부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의 자격을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는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로,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을 통해 사실상 혼인관계 있는 사람 집단에 대해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면서도, 동성 동반자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두 집단을 달리 취급하고 있고, 이러한 취급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을 차별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피고가 직장가입자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 즉 이성동반자와 달리 동성 동반자인 원고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고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원고에게 불이익을 줘 그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해 위법하다"고 했다.

아울러 동성 부부를 피부양자로 인정해도 건보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사실도 지적했다.

대법원은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한다고 해서 피부양자의 숫자가 불합리하게 증가한다거나 건강보험의 재정건전성을 유의미하게 해친다고도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동성 부부의 권리를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법적인 권리를 구하는 다른 소송들이 이어질 전망이다.

소송 당사자인 소씨는 이날 선고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부로서, 가족으로서 가질 수 있는 수많은 것들 중 하나를 얻어낸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 다음은 평등하게 혼인제도를 이용하면서 배우자로서 모든 권리를 가지는 것이 그 다음 순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입장문을 이날 통해 "이 사건은 건강보험 피부양자 제도에 관한 것이지만, 사실혼의 기준으로 보면 이성 부부와 동성 부부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인정했다는 점에서 동성 관계를 배제하고 있는 다른 제도들 역시 그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동성혼 자체를 인정한 것은 아니어서 긴 시간 법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사건 선고까지는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대법원은 "동성 동반자에 대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에 준해 건강보험의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문제와 민법 내지 가족법상 '배우자'의 범위를 해석·확정하는 문제는 충분히 다른 국면에서 논의할 수 있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2paper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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