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무역 ‘패키지 딜’ 개발하고 SMR·연구용 등 수출 라인업 늘려야”
<상> 부스터 필요한 원전 수출사업
他산업과 연계가 수출 성패 좌우
한국 강점 가진 방산 등 활용하고
규제 해소·인허가 간소화도 필요
부처 칸막이 없애 관리 일원화를 상>
미국 상원 환경·공공사업위원회가 9일(현지 시간) “초당적으로 추진된 미국 원자력발전법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원전 인허가를 촉진하는 법인데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의 지지로 2월 하원을 통과했고 지난달에는 상원에서도 가결됐다. 현재 공화당과 민주당은 11월 대통령 선거를 두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원전에 관해서는 초당적 협력을 보인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공지능(AI) 확산과 데이터센터 수요 확산에 따른 안정적 전기 공급이 필수인 데다가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원전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딴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는 지난달 정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대해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전혀 상향하지 않았다”며 “신규 원전 4기를 건설한다는 구상을 밝혔는데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원전 확대에 대한 거부감이 기저에 깔려 있는 것이다.
원자력 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 5년간 원전 생태계가 붕괴된 이후 이번에 체코 신규 원전을 수주하면서 한국의 원전 생태계가 완전히 되살아나고 있는 만큼 야당이 원전 수출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원전 수출을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국내 원전을 지을 필요가 있기 때문에 정치권의 전향적인 판단이 절실하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1차적으로 당정이 야당과 힘을 모아 원전 수출지원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원전 수출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천문학적이다. 체코 원전의 경우 2기 기준으로 60년 동안 운영과 유지 보수 등에 따른 매출이 건설비와 비슷한 24조 원으로 총 48조 원에 달한다. 최종 수주 기수가 4기로 늘어나면 100조 원 가까이로 불어날 수 있다. 원자력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전 수출은 각국의 대통령이 직접 전면에 나서고 외교와 홍보, 산업, 문화 등 한 나라의 역량을 총동원하는 싸움”이라며 “수출지원법을 통해 팀코리아의 추가 원전 수출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원전 수출을 위해 방위산업이나 무역 지원 등 한국이 강점이 있는 부문을 수출 시 엮는 ‘패키지 딜(package deal)’을 검토해볼 만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체코에 보낸 친서에 원전 협력에 그치지 않고 전방위적인 산업 협력을 확대하자는 제안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주포를 비롯한 각종 무기와 고속철, 원전의 제3국 공동 진출도 아이디어 중의 하나로 거론된다. 원전 업계의 관계자는 “원전은 기본적으로 안보와 관련이 돼 있는 측면이 강한 만큼 한국이 강점이 있는 방산 수출이나 주요 기업 간 협력, 경제정책 경험 등을 한데 묶어 수출하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여러 부처로 나뉘어 있는 원전 수출 및 진흥 체계를 가다듬고 협의체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현재 원전의 경우 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으로 업무가 나뉘어져 있다. 한국형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작업도 원안위가 규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대형 원전뿐만 아니라 SMR과 연구용 원자로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원전 수출 위원회에 법적 권한을 부여하고 전방위 수주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있다. 실제로 SMR은 기존 대형 원전보다 발전 용량과 크기는 작고 안전성은 높은 300㎿급 이하 차세대 원전이다. 기존의 대형 원전보다 사업비가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초기 투자금도 적어 위험 부담이 덜한 데다 모듈 등 동일한 유형의 소형 원자로를 건설하면 비용을 추가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SMR은 안전성과 경제성·운용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차세대 미래형 원전으로 주목받고 있어 향후 핵심 수출 품목이 될 수 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원전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고 규제 혁신 없이는 원전 산업을 발전시키기가 대단히 어렵다”며 “신기술 SMR 같은 것을 도입할 때 신기술을 적극 수용할 수 있도록 규제 변화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전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원전이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며 “유럽도 원자력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인 만큼 정부와 국회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요구된다”고 언급했다.
세종=배상윤 기자 prize_yun@sedaily.com세종=박신원 기자 sh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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