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경원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청탁, 수사로 밝혀야

한겨레 2024. 7. 18. 18:3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시절 자신의 '국회 패스트트랙 저지' 사건 공소를 취하해줄 것을 청탁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후보는 이날 4차 방송토론회에서 "나 후보께서 저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를 취소해달라고 부탁하신 적이 있죠? 저는 '그럴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나경원 대표 후보가 1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서울시당 여성위원회 대회에서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시절 자신의 ‘국회 패스트트랙 저지’ 사건 공소를 취하해줄 것을 청탁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사자인 한동훈 후보가 17일 경선 토론회에서 폭로한 내용이다. 후보 간 공방 정도로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법치주의에 대한 부정이자, 연줄을 동원해 형사 처벌을 회피하고자 한 특권적 행태다. 공직자에게 수사·재판 등의 위법한 처리 청탁을 금지한 청탁금지법을 어긴 범죄 소지도 큰 만큼, 수사를 통해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가릴 수밖에 없다.

한 후보는 이날 4차 방송토론회에서 “나 후보께서 저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를 취소해달라고 부탁하신 적이 있죠? 저는 ‘그럴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나 후보는 토론회 뒤 “패스트트랙 공소 문제는 대한민국 법치주의와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 정치의 사법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차원에서 했던 충언”이라 했다. 청탁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은 채 행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어느 누가 자신의 범죄 기소를 취소해달라고 법무부 장관에게 대놓고 청탁할 수 있나. ‘여당 장관’ 표현에서 알 수 있듯 ‘한 식구’라는 인식 때문이다. 한마디 사과도 없이 도리어 법치주의, 사법정의를 말하는 건 특권의식에 젖은 현 정권 집권 엘리트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낸다.

나 후보는 2020년 원내대표 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의 패스트트랙 절차를 물리력으로 저지한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국회선진화법 위반이며, 의회민주주의를 폭력으로 유린한 범죄다. 나 후보는 자신이 무죄라는 인식이 강해 보인다. 그러나 유무죄는 본인이 판단하는 게 아니다.

한 후보의 이날 ‘폭로’도 공익적 차원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공격을 맞받아치기 위한 것이다. 한 후보는 나 후보를 향해 법무부 장관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는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을 설명하며 검찰의 일방적 주장이 담긴 공소 내용을 30분 동안 읊었던 한 후보가 ‘정치적 중립’을 이야기할 수 있나. 그리고 문제라 여겼다면, 지금까진 왜 가만있었는가. 한 후보는 누구의 또 다른 ‘불법’ 사실을 알고 있는가. 캐비넷에 넣어놓고 나중에 요긴하게 써먹을 생각 말고, 지금 다 밝혀라. 한 후보는 18일 자신의 발언에 대해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다”며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폄훼하려는 생각이 아니었다”고 사과했다. 어이가 없다. 한 후보가 사과해야 할 건 그 ‘발언’이 아니라, 청탁을 받고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간 ‘행위’다. 사과를 받아야 할 쪽도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피고인들이 아니라 특권 커넥션에 상처 입은 국민이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