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몸' 된 전공의 7648명…9월에 구멍 메꾸려는 정부, 등돌린 병원들
'일터'를 떠난 전공의(인턴·레지던트)1만3531명 중 7648명(56.5%)의 사직서가 결국 수리됐다. 정부는 사직 전공의들에 대해 9월이라도 복귀하라고 독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수련병원에선 하반기 전공의를 거의 또는 아예 뽑지 않겠다며 버티기 시작했다. 정부도 돌아오지 않은 남성 전공의에 대해 "일반병으로 갈 수 없고 군의관이나 공보의로 입대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의정 갈등의 불씨가 전공의에 이어 전국 수련병원으로 번질 태세다.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17일) 오전 11시 기준, 211개 병원 전공의 전체 출근율은 8.4%로 1만3756명 중 불과 1151명만 현장에 남아 환자를 돌보고 있다. 특히 '빅5' 병원의 전공의 출근율은 이보다 낮은 7.9%(2442명 중 194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공의들이 낸 사직서가 최종 처리된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이들 수련병원 레지던트 중 사직서가 처리된 비율은 16.4%로 1만506명 중 1726명의 사직서가 수리됐다. 이는 직전일(1302명)보다 424명 늘어난 수치다. 게다가 서울 '빅5' 대학병원의 레지던트 사직률은 38%(1922명 중 731명)로 전국 평균 사직률의 2.3배를 웃돌았다.
정부는 올 하반기 전공의 모집(가을 턴)은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김국일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반장(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가 오는 9월 수련에 복귀하면 특례를 제공하겠다"면서도 "이 밖의 추가적인 유인책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당근'을 기대하지 말란 경고성 메시지를 사직 전공의들에게 보낸 것이다.
현재 일부 수련병원은 전공의 사직 시점을 언제로 할지에 대해 고심하며 사직 처리를 주저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15일까지 전공의의 사직·복귀 여부를 결정짓지 못하면 내년도 전공의 정원을 줄이겠다고 압박해오던 터였다. 이날 김 총괄반장은 "사직서를 내지 않은 의료기관이 있어, 전공의를 줄이겠다고 얘기했다. 감원 규모는 사정을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했다.
수련병원이 각 전공의의 사직서 처리를 완료하고 결원 규모를 확정하면, 정부는 이를 토대로 하반기 전공의 모집 정원을 결정해 오는 22일부터 이달 말까지 하반기 전공의를 모집하겠다는 방침이다. 하반기 수련은 오는 9월 1일부터 시작되며, 사직 전공의의 기존 전공과목, 연차, 지역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지원할 수 있도록 길을 텄다.
하지만 수련병원을 비롯한 의사집단에선 하반기 전공의 추가 모집을 하지 말자는 의견이 중론으로 모이고 있다. 일부 수련병원은 하반기 충원 규모를 최소화하기도 했다. 서울대병원은 하반기 전공의를 달랑 '30여 명'만 모집하겠다고 복지부에 신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대병원이 17일 일괄 사직 처리한 전공의가 800여 명인데, 3%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이는 의대 증원과 상관없이 2월 초에 생긴 '미달한' 전공의 정원으로, 의정 갈등 이후 생긴 빈자리는 하반기 모집 인원으로 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사직 전공의의 자리를 사실상 비워둔 데에는 정부에 대한 의대 교수들의 반발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8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오승원 홍보 담당 교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규모에는 '기존 결원'에 대해서만 신청하기로 한 상황"이라며 "이는 비대위 설문 결과와 사직 전공의 의견이 반영된 결정"이라고 밝혔다. 전국 14만 의사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전국 수련병원을 향해 "하반기 전공의 추가모집을 하지 말아 달라"며 "결원 규모를 최소화하거나 확정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돌아온 남성 전공의에 대해 '당근'을, 돌아오지 않은 남성 전공의에 대해 '채찍'을 들어 보였다. 9월 하반기에 복귀하는 전공의는 국방부·병무청과 협의해 군 입영 연기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김 총괄반장은 "미복귀 전공의는 군의무사관 후보생으로 등록돼있어 군대에 입대해야 한다"며 "의대에 들어오면 인턴 때 군의무사관 후보생 등록을 해 일반병으로 갈 수 없다. 모두 다 군의관·공보의로 가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못 박았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구단비 기자 kd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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