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의 춤과 함께] 나만의 언어
작품 배경·캐릭터 서사를
나만의 언어로 만들어야
보통 발레 전공을 결정하게 되는 10세 전후 춤이라는 언어를 수많은 발레 동작을 통해 배우고 그것이 점점 능숙해지면 춤으로 이야기와 인물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어렸을 때는 동작의 정확성에 치우쳐 무대에서 춤출 때 그 인물의 감정표현을 생각하기보단 움직임의 정확도를 더 생각하게 된다. 얼마나 더 잘 서있고 더 잘뛰고 잘 돌고 이렇게 말이다. 우리가 잘 알고있는 수많은 클래식 발레작품들을 추기 위해 발레학교에선 어렸을 때부터 발레 테크닉 수업뿐 아니라 궁중무용, 캐릭터 댄스(각 나라들의 민속무용), 모던댄스, 듀엣, 연기, 음악, 역사 등 발레 외의 수업도 배운다. 학생들은 이 모든 것을 열심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그것은 실력으로 쌓여 작품 안에서 비로소 보여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있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리스트의 단테 소나타를 연주하기 위해 단테 신곡을 거의 외우다시피 읽었다는것은 아주 유명한 이야기이다. 발레작품도 마찬가지로 작품의 역사적 배경과 캐릭터의 서사에 대해 이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물론 요즘에는 유명한 무용수의 춤과 연기를 인터넷, 비디오 영상을 통해 쉽게 배울 수도 있지만 그것은 그저 카피에 불과하다. 오래 고민하고 연구하여 표현해낸 자신만의 캐릭터는 무대를 거듭할수록 더욱 빛을 발하며, 자신만의 카리스마가 덧입혀진 고유한 개성의 표현은 진정으로 감동을 주는 것이다. 학생들을 지도할 때 동작의 정확도에 대한 지도는 당연한 것이고 인물의 배경과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배역에 대한 이해를 하고 난 후 춤을 추게 하면 훨씬 더 풍요로운 춤을 볼 수가 있다.
2018년 처음으로 국립발레단에서 '마타하리'라는 작품을 올리게 되었을 때 힘들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많은 공부가 되었던 기억이 있다. 레퍼런스로 삼을 무용수나 작품이 없었기에 매우 힘들었고 캐릭터를 잡는 것이 무척 힘들었는데 이 복잡한 인물의 감정변화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였다. 1차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프랑스를 오가며 무용수로 활동하던 마타하리가 스파이로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배경과 그녀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관련서적을 읽고, 그레타 가르보 주연의 1931년작 영화를 참고하면서 나만의 캐릭터로 만들어갔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말괄량이 길들이기'란 작품을 할 때는 이전에 그 배역을 추었던 무용수들을 참고하기도 했지만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나온 영화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보면서 당시 인물들의 시대적 배경이나 언어의 뉘앙스를 보며 참고를 했으며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과 '스파르타쿠스'의 프리기아 역할을 할 때는 당시 배경이었던 영화와 그리스 로마시대의 조각상들을 보며 연구를 했다. 배역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힘든 작업이지만 춤이라는 언어를 통해 감정과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며 클래식 작품뿐 아니라 다른 장르의 작품을 대하는 방법에도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과정이었다. 나는 후배의 질문에 잠시 생각하다 이런 대답을 내놓을 수 있었다. 그 시대의 역사적 배경과 그 당시 인물들의 제스처나 어떤 뉘앙스의 언어를 사용했을지 연구하고 생각한다고. 그래서 나만의 언어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말이다. 부디 그 후배에게 도움이 됐을 대답이길 바란다.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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