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늑대의 시간 [슬기로운 기자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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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유학까지 다녀온 애가 그걸 챗지피티한테 물어보냐." "영어가 문제가 아니야. 이럴 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최근 외국 유학을 다녀온 뒤 작은 음식점을 낸 친구 ㄱ이 고민 끝에 챗지피티에게 물어본 '그' 내용은 이랬다.
ㄱ은 어떻게 하면 이를 최대한 정중하고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돼 챗지피티를 켰다고 한다.
단순히 영어 번역이 아닌, 고용자와 구직자 관계에서의 소통 방법을 챗지피티에게 물어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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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 빅테크팀 기자
“넌 유학까지 다녀온 애가 그걸 챗지피티한테 물어보냐.” “영어가 문제가 아니야. 이럴 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최근 외국 유학을 다녀온 뒤 작은 음식점을 낸 친구 ㄱ이 고민 끝에 챗지피티에게 물어본 ‘그’ 내용은 이랬다. 음식점 직원을 뽑기 위해 한 방글라데시 출신 구직자를 면접했는데, 스케줄상 고용할 수 없다는 내용을 문자로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ㄱ은 어떻게 하면 이를 최대한 정중하고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돼 챗지피티를 켰다고 한다. 단순히 영어 번역이 아닌, 고용자와 구직자 관계에서의 소통 방법을 챗지피티에게 물어본 것이다.
ㄱ처럼 최근 내 주변에선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200% 활용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웹 소설을 쓰고 있는 지인 ㄴ도 그중 한명이다. 풀리지 않는 이야기 구간에서 짧게는 하루, 길게는 한달 동안 골머리를 앓았지만, 챗지피티가 ‘취향을 타지 않는 이야기 갈래’를 여럿 추천해준 덕에 작업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한다.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 확산으로 산업 격변기 한가운데 서 있는 것 같은 요즘. 기자로서 새로운 변화들을 취재할 수 있어 감사한 시간으로 여기지만, 또 한편으론 ‘개와 늑대의 시간’ 속에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한다.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이 가져올 밝은 미래를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반면, 지식재산권 침해나 윤리 문제 등 생성형 인공지능이 갖는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반대편에서 만만치 않다.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이 가져올 밝음과 어둠의 경계. 그 어딘가에 서 있는 취재기자가 붙잡아야 할 건 역시나 정확한 사실관계, 팩트다. 대규모 자본으로 시장을 독점하고,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막대한 이익을 가져가는 소수 빅테크 기업들을 비판하는 일도 언론이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일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타임지가 ‘인공지능 100대 인물’로 선정한 최예진 미국 워싱턴대 컴퓨터과학 교수의 지적처럼, 거대 인공지능 기업들이 학습 데이터나 내부 알고리즘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갖는 위험성의 실체를 제대로 드러내기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는 “인공지능은 결국 사람을 위해 만들어져야 한다”며 인공지능 윤리·안전성 문제에 관한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인공지능 기술이 갖는 위험성에 관해 새롭게 주목해야 할 목소리가 있다. 바로 인공지능 개발에 직접 참여한 오픈에이아이, 구글 등 인공지능 개발 기업 직원들의 내부 고발이다. 이들은 지난달 공동성명을 내어 “인공지능 기업들은 위험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달 초 일부 오픈에이아이 직원들은 “오픈에이아이가 인공지능 기술 위험을 규제당국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불법적으로 막았다”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오픈에이아이의 비밀유지계약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한다.
낮과 밤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개와 늑대의 시간’은 흔히 혼돈의 시간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순간은 그 자체로 황혼 녘의 신비로움도 지닌다. 어쩌면 지금이 어둠과 밝음 사이 생성형 인공지능이 가져올 다양한 변화를 몸소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은 아닐지 생각해본다.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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