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피습이 우발적이기만 할까 [특파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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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우발적인 일은 세계 어느 나라에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지난달 24일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에서 발생한 일본인 엄마·아들 피습 사건에 대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설명이다.
그의 말처럼 외국인 피습 사건은 미국이나 프랑스, 한국 등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지만, 중국에서만 볼 수 있는 상황도 있다.
지난달 초 중국 지린성에서 발생한 미국인 강사 4명 피습 사건도 비슷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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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준 | 베이징 특파원
“이런 우발적인 일은 세계 어느 나라에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지난달 24일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에서 발생한 일본인 엄마·아들 피습 사건에 대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설명이다. 그의 말처럼 외국인 피습 사건은 미국이나 프랑스, 한국 등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지만, 중국에서만 볼 수 있는 상황도 있다. 사건에 대한 후속 보도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사건 발생 3주가 넘었지만 용의자가 누구인지, 왜 범행을 했는지, 무슨 사연이 있는 인물인지 등이 중국 당국을 통해 발표되지 않고, 매체 등도 보도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초 중국 지린성에서 발생한 미국인 강사 4명 피습 사건도 비슷한 상황이다. 중국 당국은 사건 직후 미국인 강사가 용의자와 부닥치면서 사건이 발생했다고 했지만, 이후 더 자세한 내용은 나오는 게 거의 없다.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가 최근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범행 동기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전달받지 못했다. 불만족스럽다”고 말할 정도다.
단기간 반복해 발생한 외국인 피습 사건에 대한 추가 정보를 내놓지 않는 중국 당국의 속사정을 헤아리긴 쉽지 않다. 사회가 동요하거나 국가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는 부정적인 사건을, 드러내고 터트려 해결하기보다 조용하고 은밀하게 처리하는 중국의 ‘사회적 관습’이 반영된 것이리라 추측할 뿐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건은 중국이 애국과 안보를 강조하는 가운데 발생했다. 중국은 올해부터 당, 정부, 공공기관은 물론 학교, 기업, 종교단체, 심지어 가정에서까지 애국주의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애국주의 교육법’을 제정해 시행에 들어갔다. 미국과 일본은 중국을 ‘전략적 도전 상대’로 규정하고, 경제·외교·군사적으로 가장 강력하게 압박하는 국가다. 중국식 애국의 구체적인 타깃이 될 수 있다.
지난해 7월 반간첩법을 새로 제정하는 등 안보를 우선하는 사회 분위기도 점점 강해지고 있다. 중국 안보당국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외국 간첩 적발 사례를 주기적으로 홍보하는 등 외국인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중국 공안기관은 이달부터 국가 안전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의 신체나 휴대 전자기기 등을 더 용이하게 조사할 수 있게 됐고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적용하기로 했다. ‘긴급 상황’에 한해 적용한다는 전제를 뒀지만,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자의적인 운용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중국이 지난해부터 외국인 관광객이나 외국 자본 투자 유치에 열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자 요건을 완화해 외국인이 중국에 들어올 수 있는 문턱을 낮추고, 프랑스·독일·오스트레일리아 등 몇몇 국가에는 아예 비자를 면제했다. 외국 자본에 대한 대우도 이전보다 우호적으로 바꿔, 외국 기업도 자국 기업과 동등하게 정부 조달 시장 참여를 보장하고 지식재산권 보호도 강화했다. 중국 매체들은 이런 노력의 결과 외국인 방문객이 늘고 있다며 자화자찬하지만, 중국에 직접 투자하는 외국인 자본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30% 가까이 감소했다.
자국 안보와 애국을 강화하면서 외국인에게 매력적인 국가가 될 수 있을까. 중국이 좋아하는 조화와 중용의 덕을 발휘해도 두 항목을 함께 달성하긴 힘들어 보인다. 18일까지 나흘간 진행된 중국의 ‘3중전회’에서 어떤 해법을 찾았을지 주목된다.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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